통계기관이 전망까지?..부동산원 집값 전망 재개 적절성 논란
한국부동산원이 2년 간 멈췄던 집값 전망을 올 하반기 재개할 예정인 가운데, 국가 통계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이 시장 전망을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정부의 바람 혹은 정책 방향성이 반영된 것으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계기관이 전망까지 할 경우 통계의 신뢰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원은 조만간 하반기 집값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2020년 하반기부터 멈췄던 주택시장 전망이 2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부동산원은 2015년 1월부터 상하반기를 나눠 연간 주택시장 전망을 발표해왔다. 주 업무였던 감정평가를 일부 이관하고 통계전문기관으로 기능 조정이 이뤄지던 시기였다. 그전까지 시장 전망 발표는 민간기관에서 주로 맡았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보다 객관적이고 다양한 통계를 기반으로 민간기관 전망을 보완하자는 취지에서 시장 전망 발표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20년 상반기 전망 발표 이후 중단됐다. 부동산원은 그해 1월 언론브리핑을 열고 '전국 주택가격이 0.9% 하락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그해 집값은 급등했고 예상은 빗나갔다. 2020년 전국 집값 상승률은 5.36%(부동산원 기준)로 2011년 6.14%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금리인하가 이어지면서 유동성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이후 부동산원은 2020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전망을 내놓지 않았다. 발표 중단의 대외적 이유는 "코로나19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전망모형 다각화 추진"이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공공기관인 부동산원이 정부 눈치를 보느라 전망 발표를 못한다"고 의심했다. 정부가 집값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올해 부동산원의 시장 전망 발표 재개를 앞두고 적절성 논란이 다시 일어날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처럼 집값 하락기에 상승 전망이 나오면 투기수요를 자극할 수 있고, 반대로 하락 전망은 시장 침체를 가속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상영 한국부동산분석학회장(명지대 교수)은 "공공기관의 전망은 자칫 '정부가 이렇게 방향을 잡고 있구나' 하는 가이드라인처럼 느껴질 수 있다"며 "시장이 정부의 방향성을 오해하고 잘못된 신호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부동산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대응전략'에서 '부동산원은 누구를 위한 정보인지 알 수 없는 주 단위 또는 월 단위의 주택가격동향을 정기적으로 발표해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격 동향은 지나온 과거 변동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전망치는 미래 예상변동이므로 투자를 더 부추길 수 있다. 국토연구원이 2019년 하반기부터 정기 전망 발표를 비공개로 전환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해외 사례를 봐도 우리나라처럼 공공기관이 직접 시장 전망을 발표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시장 전망은 금융기관, 프롭테크사, 자산운용사 등이 고객 서비스를 위해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의 경우 전국중개인협회(NAR)와 전국주택건축협회(NAHB) 등이 주택시장 전망을 발표한다. 유럽 주요국, 중국 등은 신용평가사(Fitch)가 연말 보고서를 통해 시장 전망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민간 연구원들이 주택시장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디지털건축도시공학과 교수는 "공공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집중하고 더 나아가 통계생산을 위해 보유한 원천데이터를 개방해 부동산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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