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은 어떻게 김건희 옷·발찌 가격까지 알았을까?
중앙 "김건희 5만원 치마 32만원 발찌 비밀…출처는 친오빠였다"…"진정성 결여된 언론플레이는 역풍만"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연일 김건희 여사의 패션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패션 보도의 취재원이 김 여사의 친오빠임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칼럼이 나와 눈길을 끈다. 그동안 일부 언론에서 김 여사의 오빠가 김 여사의 사진을 일부 기자들에게 전달한다거나 대선 과정에서 캠프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보도되긴 했다. 하지만 이번 칼럼은 김 여사 옷 등의 가격이나 어떤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취재원이 그의 오빠라는 점을 지적했다.
7일 중앙일보 '안혜리의 시선' 칼럼 “김건희 5만원 치마 32만원 발찌 비밀…출처는 친오빠였다”에서 “충북 구인사를 방문했을 때 입은 평범한 검은색 치마가 어느 특정 쇼핑몰의 5만4000원짜리 제품인지 어떻게 알았을까. 아니, 무엇보다 비공식 일정이라 사진기자 한 명 없는 자리였는데 대체 어느 독자가 이렇게 근접거리에서 김 여사를 촬영한 후 사진을 언론에 제공했을까”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첫 해외 순방길에 김 여사가 두른 발찌가 국내 스타트업이 내놓은 32만7000원짜리라는 건 또 어떻게 그렇게 금방 확인한 걸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중앙일보는 “정답은 오빠다”라며 김 여사의 친오빠가 몇몇 기자들에게 직접 김 여사 사진과 패션 정보를 텔레그램을 통해 전달해왔다고 했다. 김 여사의 사진이 그의 팬클럽을 통해 온라인에 공개돼 논란이 된 마당에 또 다른 비공식 인사가 김 여사의 사진을 유통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아무 직책 없는 대통령 처가 식구가 기자들을 상대하며 선별적으로 대통령 부부 관련 정보를 전달해왔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울 만큼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칼럼에서 지적한 충북 구인사 방문 당시 김 여사의 치마가 5만4000원짜리라는 언론보도는 공교롭게 중앙일보에서 나왔다. 지난 5월3일자 중앙일보 “사찰 방문한 김건희 치마, 5만4000원짜리 쇼핑몰 옷이었다”를 보면 김 여사는 충북 단양에 있는 구인사를 방문한 사진을 출처를 '독자제공'으로 표기했다. 안혜리 논설위원의 지적처럼 일반 독자가 김 여사에게 접근해 사진을 찍고 언론사에 제공했을 리는 없다.
중앙일보는 “김 여사가 입은 치마는 한 온라인쇼핑몰에서 자체제작해 5만4000원에 판매되고 있다”며 해당 치마를 판매 중인 온라인쇼핑몰 홈페이지 화면까지 캡처해서 기사에 담았다.
지난달 27일 나토 정상회담 참석차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민영뉴스통신사 뉴시스는 “김건희 여사, 팔찌에 이어 발찌 패션도 선보여 [뉴시스Pic]”란 기사에서 김 여사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의 사진에서 발목 부분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고 발찌를 강조했다. 뉴시스는 팔찌 브랜드명과 가격, 또 다른 팔찌의 브랜드명과 가격대 등을 기사 본문에 담았다. 중아일보에 따르면 이러한 정보는 김 여사의 오빠가 알려준 정보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0일자 “김건희 여사가 해외 순방길에 찬 발찌는 32만원대 국내 주얼리 스타트업 제품”이란 기사로 김 여사 발찌 사진을 지면에도 실었다.
중앙일보는 칼럼에서 “그저 김 여사 주변이 공사 구분을 잘 못 한다는 한탄으로 어물쩍 넘길 사안이 아니고 대통령 부인을 담당하는 제2부속실이 없다고 퉁치고 넘어갈 일도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대통령실이 이를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눈을 감고 있는 거라면 명백한 직무유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 칼럼에선 대통령실과 김 여사 측을 비판하고 있지만 직책없는 비공식 인사에게 김 여사 사진과 패션 정보를 받아 온라인상에서 클릭수를 높여온 매체들도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중앙일보의 지적처럼 “봉하마을을 방문하는 공식 일정에 김 여사가 사적 인연의 지인을 동행해 비선 논란을 야기한 게 불과 한 달 전”이고 “지난 스페인 순방 때는 김 여사와 평소 친분이 두터운 민간인 신아무개씨가 동행하고 돌아올 때는 심지어 대통령 전용기로 함께 귀국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나. 신씨의 남편은 이원모 대통령 인사비서관이고, 뉴스타파 보도를 보면 신씨 일가는 대선 때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2000만원을 후원했으며 한겨레 보도를 보면 신씨와 남편 이 비서관의 중매를 윤 대통령이 섰을 정도로 친한 사적인연이 있다. KBS 보도를 보면 대통령의 친인척이 대통령실에 채용된 사실도 확인됐다.
중앙일보는 칼럼 말미에서 김정숙 여사의 임기 초 옷값 논란 사건을 꺼냈다. 임기 초에 논란이 있을 때 바로잡았다면 좋았지만 저렴한 쇼핑몰을 이용한다는 식으로 해명하며 상황을 모면하니 퇴임 때까지 대통령 발목을 잡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이 신문은 “지금 딱 그때 생각이 난다”며 “김건희 여사 주변에서 아무리 32만원 발찌로 국민 눈을 가려도 눈 밝은 국민은 그날 발이 아닌 가슴에 단 브로치가 2610만 원짜리 티파니 아이벡스 클립 브로치라는 걸 안다”고 지적한 뒤 “부적절한 가족의 개입도 문제지만, 진정성이 결여된 이런 얄팍한 언론플레이는 결국 역풍만 가져올 뿐”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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