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넘는 간극 둔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내한 공연 잇따라

이강은 2022. 7. 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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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이 넘는 간극을 둔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가 잇따라 내한 공연을 갖는다. 자신이 창단한 앙상블 ‘크레메라타 발티카’와 함게 5년 만에 한국을 찾는 기돈 크레머(75), 15살 때 독일의 명문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과 최연소 아티스트로 계약한 다니엘 로자코비치(21)가 주인공이다.

7일 클래식공연계에 따르면, 기돈 크레머는 크레메라타 발티카 창단 25주년 기념 투어로 오는 9월2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3일 천안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1975년 데뷔 이후 50여 년간 ‘한계가 없는 진취적 연주자’의 대명사로 불린 크레머는 여전히 새로운 레퍼토리와 음악으로 정력적으로 활동한다. 영국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올해로 75세가 된 기돈 크레머는 여전히 테크닉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고, 신랄하며,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내한 공연 1부는 크레머와 크레메라타 발티카 연주자들이 함께 하는 실내악곡으로 이루어진다. ‘아르보 패르트의 프라트레스 (형제들)’ 곡은 무한히 반복되는 6마디의 주제를 통해 ‘순간과 영원이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몸부림치고 있다’는 작곡가의 생각을 표현한다.

2부는 슈베르트 ‘겨울나그네’를 모티브로 여러 현대 작곡가들이 재창조한 ‘또 하나의 겨울 나그네 (Another Winterreise)’이다. 크레메라타 발티카 25주년을 맞아 기돈 크레머가 작곡가들에게 위촉해 탄생한 이 곡은 슈베르트에 대한 크레머의 개인적인 애착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는 “슈베르트 음악은 언제나 매우 심오하고 영혼의 깊은 곳까지 다가갑니다. 저에게 특별한 이 해에 슈베르트를 선택했다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고 한 바 있다.
기돈 크레머 내한공연 포스터. 기돈 크레머가 창단한 크레메라타 발티카. 크레디아뮤직앤아티스트 제공
클래식 음악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인 겨울 나그네가 어떻게 현대적인 시각으로 해석되고 재탄생 되는지도 관람 포인트다. 

1947년 라트비아 리가에서 태어난 크레머는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버지와 할아버지 영향으로 4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16세에 라트비아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1965년에는 모스크바 음악원에 입학해 거장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를 사사했고 실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1967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 1969년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 및 몬트리올 콩쿠르 2위, 1970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금메달 등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며 국제 무대에 섰다.

그는 영국의 BBC Music Magazine이 100명의 저명한 연주자들에게 조사한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부문에서 생존한 연주자로서는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유럽과 미국의 저명 오케스트라, 당대 최고 지휘자들과 함께 해 온 크레머의 레퍼토리는 고전·낭만주의 시대 주요 바이올린 작품뿐만 아니라 헨체, 베르크, 슈톡하우젠과 같은 20~21세기 거장 작품까지 아우른다. 현존하는 러시아 및 동유럽 작곡가 작품을 높이 평가해 그들의 신작도 많이 선보이는 등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적인 방식으로 음악을 빚었다. 그는 1641년 산 니콜라 아마티를 사용한다.

크레메라타 발티카는 크레머가 발트 3국(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의 전도유망한 젊은 음악가를 양성하기 위해 1997년 설립했다. 이 앙상블은 그동언 전 세계 50여 국가, 600개의 도시에서 1000회 이상의 연주를 소화했다. 빈 콘체르트하우스, 무지크페라인, 보자르, 카네기 홀, 루돌피눔, 로열 알버트 홀, 산토리 홀 등 유명 공연장에서 연주했고, 2003년부터는 라트비아 시굴다에서 자신들의 음악제를 펼치고 있다. 24개 이상의 음반을 출시했고, 2002년에는 ‘After Mozart’로 그래미상과 에코상을 받았다. 에네스쿠와 바인베르크 음반으로는 그래미상에 노이네이트 됐고, 피아니스트 아나 비니스카야와 함께한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음반으로 2016 에코 상을 받았다.
◆다니엘 로자코비치는 오는 10월 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국 첫 솔로 리사이틀을 한다. 2017년 통영에서 열린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협연자로 짧게 국내 관객을 만난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선 바이올린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최상의 로맨틱함과 화려함이 돋보이는 브람스, 바흐, 이자이, 프랑크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2001년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그는 7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9살 때 협연 무대로 데뷔해 신동 소리를 들었다. 2014년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 주니어 부분 2위, 2016년 러시아 블라디미르 스피바코프 콩쿠르 우승에 이어 같은 해 15세 나이로 도이치 그라모폰의 최연소 아티스트로 계약하며 세계 클래식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2018년 발매한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과 무반주 파르티타 2번이 수록된 데뷔 음반은 프랑스 아마존 차트와 독일 클래식 음반 차트 클래식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다니엘 로자코비치 내한공연 포스터. 다니엘 로자코비치. 빈체로 제공
프랑스 내셔널 오케스트라, 파리 오케스트라, 툴루즈 카피톨 국립 오케스트라,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 스웨덴 방송교향악단,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닉 등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와 정기적으로 연주하며 거장 지휘자들과 함께 하는 협연 무대에 자주 오른다.
보스턴의 Reuning & Son과 에두아루드 불프손으로부터 후원 받은 ‘ex-Baron Rothschild’ 스트라디바리, LVMH로부터 후원 받은 스트라디바리 ‘Le Reynier(1727)’를 사용한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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