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이번엔 '하늘 위의 인터넷' 도전한다
하와이안항공 등 내년부터 무료 와이파이 제공
수백~수천개의 군집위성을 이용한 저궤도 위성인터넷, 일명 ‘우주인터넷’ 서비스가 내년부터 여객기 기내 인터넷(IFC) 시장으로 영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스타링크와 같은 우주인터넷을 집이나 건물처럼 고정된 위치가 아닌 자동차와 선박, 비행기 등 이동 중인 교통수단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해 3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엑스가 신청한 스타링크 이동지구국(ESIM) 사용 신청을 1년 3개월간의 심사 끝에 지난달 말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승인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위성안테나와 단말기를 고정된 곳에만 설치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이동하는 설비에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스타링크의 가용성이 크게 확장된다는 걸 뜻한다. 스타링크로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10년 전 모델S를 내놓으면서 세계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확 바꿔버린 머스크가 이번엔 스타링크를 통해 기내 인터넷 시장에 어떤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방통신위는 “미국 내에서 이동 중인 레저용 차량, 유럽에서 미국 항구로 운항하는 화물선이나 미국 국내선 또는 국제선 항공기 등에 스페이스엑스 위성 시스템 연결 서비스를 위한 새로운 단말기를 설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단말장비가 너무 커서 대형 트럭이나 레저용 차량은 가능하지만 테슬라에는 탑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빠르고 끊김없는 인터넷 연결 가능
스타링크가 이동지구국을 운용하려는 주된 목적은 항공사와 같은 기업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스페이스엑스의 스타링크담당 부사장 조너선 호펠러는 지난달 한 국제회의에 참석해 “스타링크가 목표로 삼고 있는 저궤도 인터넷 서비스의 중요한 시장은 항공”이라고 말했다. 스타링크는 당국의 승인을 앞두고 이미 지난 4월 하와이항공, 캘리포니아의 전세여객기업체 JSX와 무료로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JSX는 올해 안에, 하와이안항공은 내년 중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하와이안항공은 “하와이섬과 미국 본토,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간 항공편에 탑승한 모든 승객에게 무료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대상 기종은 에어버스 A330 및 A321네오와 새로 들여오는 보잉 787-9기”라고 밝혔다.
호펠러 부사장은 다른 몇몇 항공사와도 계약이 진행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6월에는 로열캐리비안 크루즈선사가 스타링크에 유람선 내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요청했다.
현재 일부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기내 인터넷 서비스는 고도 3만6000km의 정지궤도 통신위성을 이용한다. 정지궤도와 저궤도 기반 인터넷 서비스의 주된 차이점은 대기(또는 지연) 시간이다. 거리가 멀고 한곳에 붙박혀 있는 정지궤도 위성은 연결에 시간이 걸린다. 호펠러 부사장은 “정지궤도 위성으로는 가정인터넷에 버금가는 끊김없고 빠른 인터넷 서비스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반면 고도 수백km에서 군집을 이뤄 지구를 도는 저궤도 위성을 이용하는 기내 와이파이는 항공기 위치에 상관없이 빠르고 균질한 연결 서비스가 가능하다.
한국은 2023년 서비스 목표…수요는 의문
스타링크는 이미 기내 와이파이를 서비스할 수 있는 군집위성망을 구축했다. 2019년 5월부터 지금까지 48차례에 걸쳐 2700여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쏘아올렸다. 이 가운데 현재 작동 중인 위성은 2400여개, 실제 서비스에 투입되고 있는 위성은 2000여개에 이른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지상인터넷 서비스는 지난해 10월 정식 운용을 시작했다. 현재 32개국에서 약 40만명이 가입해 사용하고 있다. 지난 3월엔 러시아의 폭격으로 통신 인프라가 망가진 우크라이나에 즉시 스타링크 단말기를 제공해 인터넷망을 복구하는 기동성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국에선 아직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다.
스타링크 웹사이트에는 한국은 2023년, 일본은 2022년 3분기 서비스 예정 지역으로 표시돼 있다. 그러나 전국 초고속 인터넷망이 이미 탄탄하게 구축된 한국의 경우, 서비스가 시작되더라도 스타링크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페이스엑스는 2027년까지 1만2000개를 쏘아 올려 지구 전역에 우주인터넷 서비스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3만개 위성을 더 쏘아올린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스타링크 이용에 드는 비용은 장비값 599달러, 월 이용 요금 110달러로 기존 인터넷에 비해 훨씬 많이 든다.
원웹도 내년 서비스 목표로 기내 연결 시험중
저궤도 인터넷을 놓고 스타링크와 경쟁하고 있는 영국의 원웹도 기내 인터넷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원웹은 지난 5월 보잉 777기에서 기내 와이파이 연결 시험에 성공했다. 유튜브 스트리밍, 넷플릭스, 온라인 닌텐도 및 가상현실 게임 연결 시험에서 다운로드 속도 260Mbps, 업로드 속도 80Mbps, 5GB 파일 전송을 시연해 초고속 연결 서비스가 가능함을 보여줬다. 시연 당시 네트워크 대기 시간도 100ms 미만이었다. 원웹은 2023년 중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계약을 맺은 항공사는 아직 없다.
원웹은 올해 말까지 648개 위성으로 1단계 망 구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지난 3월로 예정했던 위성 발사 계약을 취소하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원웹은 이후 스페이스엑스 발사 계약을 체결했지만 올해 안에 목표를 이룰지는 불투명하다. 원웹이 쏘아올린 위성 수는 지난 2월 현재 428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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