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중국 수출 없으면 우리나라도 무역적자국 된다?
대중 무역흑자, 한중수교 이후 29년간 지속..전체 흑자에서 차지하는 비중 86%
중국 제외하고 계산하면 최근 24년간 무역 적자 연도 1회→9회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우리나라의 올 상반기 무역수지가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탈(脫) 중국론'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달 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중국 대신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탈중국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선언은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현실 속에서 공연히 무역 마찰만 키울 수 있다는 비판과 우려를 샀다. 게다가 현 정부 출범 직후 2개월 연속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해 한중 수교 이후 30년 가까이 이어온 대중 무역흑자 기조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우려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T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년 동안에 중국의 무역흑자를 빼면 10년 정도는 무역적자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당장 다른 현실적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안보 논리에서 비롯된 탈중국 선언은 무역적자로의 회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중국 수출이 막히거나 둔화되면 과거처럼 무역적자국이 될 가능성이 있을까?
우리나라는 6·25 전쟁 이후 복구와 산업화에 매진했으나 산업기반과 원자재 부족으로 오랫동안 무역적자에 시달리면서 수출이 지상과제가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의 무역통계에 따르면 1956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지 30년 만인 1986년 첫 무역흑자(31억달러)를 기록하고 4년간 흑자를 유지하다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우리나라가 무역흑자 기조로 진입한 건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 1998년(390억달러)부터 2021년(293억달러)까지 24년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133억달러 적자) 한해를 제외하곤 흑자를 지속했다. 지난해 무역액이 1조달러를 넘은 세계 10대 무역국 가운데 흑자를 낸 나라는 한국, 중국, 독일 네덜란드 4개국뿐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무역 통계가 작성된 건 1970년부터지만 양국 간 교역이 본격화된 건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후다. 대중 무역수지는 적자를 내다 수교 이듬해인 1993년 흑자(12억달러)로 돌아선 뒤 2021년(243억달러)까지 29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흑자를 기록했다.
연합뉴스는 이 같은 중국과의 교역이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에 미친 직접적인 영향을 가늠해 보고자 1993년부터 2021년까지 29년간의 수출·수입·무역수지 누계를 산출해봤다.
29년간 우리나라 수출액(누계)은 10조1천466억달러로 연평균(CAGR) 7.6% 증가했으며, 수입액(누계)은 9조3천248억달러로 연평균 7.2%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총 무역수지(누계)는 8천21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대중국 수출액(누계)은 2조2천818억달러로 연평균 15.3%, 대중 수입액(누계)은 1조5천754억달러로 연평균 13.3% 성장해 총 7천63억달러의 무역흑자(누계)를 기록했다.
중국은 전체 수출액의 22.5%, 수입액의 16.9%를 점했으나, 전체 무역흑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6.0%에 달했다. 반대로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누적 무역흑자(1천154억달러)의 비중은 14.0%에 그쳤다.
중국을 제외했을 경우 30년간 수출액과 수입액의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6.7%와 6.4%로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나라 연간 무역수지는 1998~2021년 24년 동안 단 한해(2008년)를 제외하곤 흑자를 유지했으나, 중국을 빼고 계산해 보면 무역적자 기간이 9년(2005년 2006년 2007년 2008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통계치에 비춰보면 우리나라가 과거 만성적인 무역적자에서 벗어나 20년 이상 무역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무역강국(글로벌 수출 7위)이 된 데는 대중국 수출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최대의 외화벌이 시장인 셈이다.
우리나라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 5월 10억9천900만달러, 6월 12억1천4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월간 대중 무역적자가 발생한 건 1994년 8월(1천400만달러 적자) 이후 처음이고 2개월 연속 적자는 1992년 10월(900만달러 적자)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서 이를 우리나라 올 상반기 무역적자(103억달러)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만큼의 심각한 이상 징후로 받아들이는 건, 대중 무역적자가 이대로 고착화하거나 흑자폭이 줄 경우 우리 경제와 전체 무역수지에 미칠 악영향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대중 수출 둔화의 원인으론 주로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와 내수 강화 정책이 거론된다. 2016년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한 중국의 경제 보복인 한한령(限韓令)과 지난해 10월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 조치를 계기로 중국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 저하로 인한 중국 시장 잠식도 대중 수출 둔화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표한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하락과 우리의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중국은 성장 둔화 우려 속에서도 중간재와 소비재, 하이테크 제품 수입이 꾸준히 늘면서 지난해 수입이 전년보다 29.6% 급증해 역대 최대 규모(2조6천82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은 2013~2019년 7년 연속 점유율 선두를 지키다 2020년부터 2년째 대만에 1위를 내줬다.
보고서는 수출시장 다변화 노력과 함께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와 중간재 자급화,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수입구조 변화에 맞춘 보다 고도화된 수출 전략으로 대중국 수출을 활성화할 것을 주문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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