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北 코로나 통계.."심각한 상황, 장티푸스·콜레라 발병 감추는 듯"

강영진 2022. 7. 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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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코로나 상황 심각하거나 새 변이 발생 가능성
장티푸스·콜레라 등 수인성 전염병 확산 우려

[서울=뉴시스]북한 코로나19 방역 선전화. 2022.05.23. (사진=노동신문 누리집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북한의 코로나 19 발병 관련 발표에 따르면 발열자가 500만명에 가깝지만 사망자는 73명에 불과하다.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터무니없는 숫자다.

미국 CNN은 북한 발표가 믿기 어려운 점 때문에 북한이 심각한 상황을 숨기고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 피해 상황이 발표된 것보다 훨씬 심할 수도 있고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가 발생했을 수도 있으며 장티푸스와 콜레라 등 수인성 질병이 널리 퍼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탈북자 출신 감염병 의사인 최정훈 박사는 북한이 발표한 통계수치에 대해 "북한 주민들이 고무줄 통계"라고 말한다며 "북한 스스로도 정확한 숫자를 알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2-2004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발생했을 때 자신이 근무하던 함경북도 청진에서 수백명이 "감기 또는 독감 증상"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06년 홍역이 널리 퍼졌을 때 체온계만으로 검진했으며 2009년 독감이 퍼졌을 때는 의약품이 없어 "SARS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사스를 검진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환자 발병이 없는 것으로 돼 있다. 중국의 경우 환자가 5000명이 넘고 사망자도 수백명에 달했다.

최 박사는 전염병이 돌 때 마스크나 장갑도 없는 지방의사들이 집집마다 방문해 환자수를 셀 수가 없었다며 북한이 발표하는 환자수는 선전 필요에 맞춰 조작된 것일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지난 5월 코로나 발병 사실을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으며 이후 발표된 통계에 대해 믿지 못한다. 김정은은 당시 "최대의 국난"이 발생했다고 말했었다. 2개월이 지나 수백만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했는 데도 김정은은 코로나 확산을 막는데 "빛나는 승리"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극도로 적은 사망자수 발표는 북한이 심각한 문제를 감추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지난 주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발병 발표 직후 영양상태가 부실한 북한 주민들의 상황과 백신 접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감안해 큰 재앙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토마스 오제아 킨타나 유엔북한특별인권담당은 노인과 아동들이 사망했다는 미확인 보고가 있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가 크게 확산함에 따라 전염력이 강한 새로운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게 우려된다.

코로나 팬데믹 전까지 2년마다 북한을 방문해 북한 의사들과 협업했던 박기범 미 신경외과 의사는 북한이 통계를 공개할 의사가 없어 보이며 이는 "그들에게도 전세계에도 좋지 않다"며 "바이러스 복제가 많이 발생하면 새로운 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알기 위해 정보 공개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달 미확인 내과질환자가 황해북도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은 북한이 전염병에 대응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준다.

박기범 박사는 북한에서 장티푸스나 콜레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북한 같은 나라에선 전염병 감염률이 매우 높을 수 있다. 5세 이하의 어린이들에게 설사 질환은 가장 높은 사망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2006년 홍역 발병 당시 보여줬던 것처럼 주민들에게 신속히 백신을 접종할 능력이 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당시 북한은 하루 100만명씩 접종했으며 이듬해 2차 발병 때는 300만명씩 접종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북한이 전 주민을 접종하는데 8일밖에 안 걸릴 것"이라고 했다.

유엔과 미국, 한국 등 많은 곳에서 북한에 백신 지원의사를 밝혀왔다. 그러나 북한이 백신을 도입한 나라는 중국뿐이다. 세관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북한은 중국에서 마스크 1000만장 이상, 산소호흡기 1000대, 미확인 백신 2000kg을 수입했다.

전세계 백신연합 GAVI는 지난 달 북한이 중국에서 코로나 백신을 들여와 접종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GAVI 대변인은 북한이 "COVAX에 백신 지원을 하지 않았으나 요청만 있으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든 다른 전염병이든 북한에게는 심각한 문제다. 한 탈북자는 북한의 코로나 확산 발표가 있은 직후 북한의 가족들이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족들은 오히려 자신이 코로나에 걸릴 것을 더 크게 걱정했다고 했다. 한국에서 코로나로 수많은 사람이 숨졌다는 북한 TV 보도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또 북한의 가족들은 코로나보다 식량난을 더 걱정했다고 밝혔다. "식량난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 심하다고 했다. 당시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아는 나로선 큰 걱정"이라고 했다.

킨타나 유엔북한인권담당은 식량난 위험성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최정훈 박사는 "북한 주민들은 고통을 겪지만 당국은 신경쓰지 않는다. 살아남으면 다행이고 죽게 되도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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