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신 냉전,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더, 더 밀착하는 한국-호주

김민정 기자 2022. 7. 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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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간 7일부터 이틀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G20 외교장관 회의가 열립니다. 이 회의를 계기로 여러 양자 회담과 소(小)다자 회담도 줄줄이 예고돼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외교부 출입 기자들의 관심사는 물론 한중 외교장관 회담과 한미일 장관 회담에 쏠려 있습니다만 간과할 수 있는 일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한국-호주 양자 회담입니다. 호주는 나토 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첫 회담 상대국이기도 했는데요, 이번 G20 회의에서도 한-호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릴 예정이라고 외교가에선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호주의 밀착하는 관계는 호주가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떼 놓고 보기 어렵습니다. 호주는 스콧 모리슨 정부 시절 미국과 함께 5G 통신망 사업에서 중국 화웨이 참여를 배제했다가 중국과 무역 전쟁을 치른 뒤 건건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인태 지역의 대표적 '반중 기수'로 목소리 내왔습니다.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한 미국, 영국과의 군사 동맹체 '오커스'도 지난해 출범시키면서 대중 견제를 위한 군사 협력 강화에도 한 걸음 다가갔는데요. 최근 노동당으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이 같은 대중 외교 기류는 이어질 거라는 분석이 대부분입니다.

지난 달 한국여성기자협회가 마련한 한반도 정세 급변기 한-호주 외교 방위산업 협력현장 기획취재로 다른 기자들과 함께 찾은 호주 북준주 다윈에서 북준주 관계자와 만났을 때도 이런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시 만났던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바뀌었어도 대중 강경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모리슨 전 총리가 '코로나 중국 기원설'을 주장하며 중국과 강하게 부딪혔던 걸 염두에 두며 "대외적 목소리의 톤 조절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근본적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해 비교적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 진출을 언급한 건데요. 그게 호주에겐 확실하고 분명한 위협이라고 했습니다. 현지에서 만난 국방부 관계자는 "솔로몬 제도는 호주와 매우 가까운 곳이고, 그 바닷길로 다니는 에너지, LNG 화물선이 모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중국과 솔로몬 제도와의 안전보장협정을 호주로선 받아 들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지난 4월 솔로몬제도와 맺은 안보 협정에는 중국 군함이 솔로몬 제도에서 보급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과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중국이 군과 무장경찰을 파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마디로 중국이 이젠 호주의 앞마당까지 성큼 다가왔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신 냉전 질서로의 재편 속에 중국이 가장 공격적인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는 지역으로 꼽히는 게 호주와 근접한 남태평양 지역입니다. 호주의 북단이자 남태평양에 인접한 북준주 다윈은 제2차 세계 대전 때 일본으로부터 57회나 폭격 당해 도시가 완전히 파괴됐던 곳이기도 한데요. 당시 일본이 영국의 동남아 거점인 이곳을 무너뜨려야 동남아시아를 제패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맹공이었습니다. 호주 국방부 관계자는 "1938년 일본군이 펴던 전략을 중국이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러면서 호주가 새로 보유하게 될 핵추진 잠수함 모항으로 다윈항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했는데, 이는 팽창하려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어 다윈이 가진 지정학적 중요성과 상징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외딴 섬 나라인 호주가 지리적 이유로 우방국으로부터 고립되지 않기 위해 특히 더 적극적으로 미국의 인태 전략 등에 관여하는 정책을 편다고 설명한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호주는 최근 우리나라로부터 K9 자주포를 수입하기로 결정하는 등 재래식 무기를 갖추는 데도 힘쓰고 있는데요. "섬 나라에서 이렇게 재래식 무기들을 사들이는 게 효용이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안보, 군사 방어를 위한 모든 것을 대비한다는 차원"이라면서 동시에 "미국과의 동맹을 위해"라고 답했습니다. 미국의 군사동맹국인 우리와 무기 수출입을 통해 관계를 더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란 취지로 해석됐습니다. 일본 등과의 다국적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국제적 동맹 유지를 위한 것"이라며 호주에게 있어 동맹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요약하면, 호주는 신 냉전 시대에 재편되는 국제 질서에 뒤쳐지거나 고립되지 않고 나름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우방국들과 밀착하는 동시에 '반중 깃발'을 높이 흔드는 것으로 보여주는 셈이 되겠습니다. 현지에서 호주 국방부 관계자로부터 들었던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북쪽 기지라면, 호주는 미국의 남쪽 기지"라는 말도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호주 관계자들은 국가 규모나 경제에 있어 비슷한, 그리고 가치와 규범을 공유한 한국과의 관계가 더 강화되길 희망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꽤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한국과 호주가 결정적으로 다른 점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자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호주는 명실상부한 자원 부국입니다. 이른바 '경제 안보' 시대를 맞아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나선 우리에게 호주와의 관계는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윈에서 만났던 루크 부웬 북준주 산업관광무역부 부대표는 "역동적인 국제 관계 안에서 전략적으로 봤을 때 한국과의 교류는 점점 더 중요시되고 있다"며 특히 광물과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의 교류를 거론했습니다. 앤드루 카완 북준주 투자청장도 "전기차 산업에 필요한 핵심 광물 17개 중 14개를 북준주가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이 중국 이외의 이런 핵심 광물을 제공하는 공급망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이미 호주의 광물 기업과 MOU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나토의, 사실상 미국의 초청을 받고 AP4의 일원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나란히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한-호주 정상회담에서 가치 규범의 연대와 북핵 대응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양국의 공급망 협력 등 경제 안보 문제에서도 교감을 나눴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 G20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두 나라 장관이 만나 양국 간의 우호관계를 재확인하고 공급망 협력 등 경제안보에 대한 후속 논의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탈중국'을 선언한 한국과 '반중 기수'로 나선 호주 간 오가는 대화가 중국을 대상으로 얼마나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될지 따져 보는 것도 G20 회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겠습니다.

김민정 기자compas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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