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팬들 "탄소 배출 걱정 없이 '스밍' 하고 싶어요"
멜론·지니·플로·바이브 등 서비스에
탄소 배출 없는 재생에너지 전환 요구
팬들 "'지속가능성'을 위한 변화 촉구"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습니다. 탄소 배출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음악에 미치고 싶습니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 케이팝 팬들이 모인 단체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 지구를 위한 케이팝)은 지난달 18일 멜론, 지니, 플로, 바이브 등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들을 상대로 ‘멜론은 탄소맛’ 캠페인을 시작했다. 음악 스트리밍 업체들에 △올해 안에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선언할 것 △자사 서비스에 어떠한 에너지원을 사용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것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지난해부터 에스엠(SM), 제이와이피(JYP), 와이지(YG), 하이브(HYBE) 등 주요 케이팝 생산 기업들을 상대로 실물 앨범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펼쳐왔는데, 이제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캠페인 대상을 넓힌 것이다.
이다연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이너는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캠페인 시작 계기에 대해 “플라스틱 앨범 캠페인과 마찬가지로, 트위터에서 음악 스트리밍에 대한 케이팝 팬들의 논의를 접했다. 스트리밍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였다”며 “소비자가 아예 음악을 듣지 않을 순 없으니 기업들이 변화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에 깊이 동의했고, 이러한 팬들의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생각으로 ‘멜론은 탄소맛’ 캠페인을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누하 이자투니사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이너도 “스트리밍 업체들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촉구해서 팬 활동을 더 친환경적으로 만들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시디(CD)가 아닌 디지털 음원으로 음악을 들으면 환경에 덜 해로울 것 같지만,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인 탄소 배출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다. 2019년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의 카일 디바인과 영국 글래스고대학의 맷 브레넌이 시대별 음악 소비를 환경 비용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실물 앨범 시대에서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시대로 넘어간 뒤에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었다. 플라스틱 사용량이 줄었더라도, 클라우드 서비스로 음악을 저장, 처리하는 전력 사용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음악을 저장하고 전송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과 전력 사용량 등을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환산해보니, 1977년 1억4천만㎏에서 2016년 2억~3억5천만㎏으로 계산됐다.
이런 논의가 공론화되고 있지만, 널리 알려진 상황은 아니다. 케이팝포플래닛이 5월25일부터 6월8일까지 전세계 케이팝 팬 1097명(한국 833명, 국외 264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2.4%가 스트리밍이 탄소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91.5%는 ‘스밍’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스밍’은 케이팝 팬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음원 차트 순위를 높이고자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특정 시간·형식에 맞춰 이용하는 행동을 뜻한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컴백 시기에 하루 5시간 이상 ‘스밍’한다는 응답은 68.2%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1~2시간(9.4%), 3~4시간(8.5%), 2~3시간(6.9%), 1시간 미만(7%) 순이었다. 팬 문화 자체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긴밀히 연결된 셈이다.
케이팝포플래닛 설립자인 누룰 사리파 캠페이너는 “우리는 좋아하는 아이돌을 스트리밍을 비롯한 여러 방법으로 지지하고자 한다. 하지만 ‘스밍’ 행위가 우리가 사는 행성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멜론은 탄소맛’ 캠페인은 기업들에게 ‘지속가능성’을 위한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팝포플래닛이 “보다 친환경적인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갈아탈 의향이 있나요?”라고 묻자, 응답자의 71.2%가 “네”라고 답했다.
국내 스트리밍 업체가 주요 캠페인 대상이 된 이유는 케이팝 팬들의 이용률이 높고 국외 스트리밍 업체에 견줘 상대적으로 변화가 더디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는 지난해 탄소중립을 위한 유엔기후변화협약의 ‘레이스 투 제로’(Race to zero) 캠페인에 합류했으며, 해마다 온실가스 배출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스포티파이 누리집에 공개한 2021년 보고서에서 한 해 동안 사업 전 과정에서 35만3054tCO₂(이산화탄소환산톤)을 배출했다며, 연도별 증감 현황 및 세부 내용을 밝히는 식이다.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들은 최근 모회사 차원에서 탄소중립 선언을 내놓고 있으나, 아직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모회사 카카오는 지난 4월 기후위기 대응 원칙 ‘액티브 그린 이니셔티브’를 세우며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멜론은 지난달 27일 모회사의 기후위기 대응 원칙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멜론 유료회원의 이용권 결제금액 일부를 숲 조성에 사용하는 ‘숲;트리밍’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니뮤직의 모회사 케이티는 지난달 28일 글로벌 캠페인 아르이(RE)100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아르이100은 ‘2050년까지 기업의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세계적 캠페인이다.
하루빨리 ‘친환경’ 스트리밍을 즐기길 바라는 케이팝 팬들의 ‘멜론은 탄소맛’ 캠페인 참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앱 장터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평가란에는 “탄소 배출 없는 재생에너지 100% 부탁해요!”라는 캠페인 참여 글 300여건이 게시됐다. 한 멜론 앱 이용자는 “재생에너지 100퍼센트 전환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을 붙인 앱스토어 리뷰에서 “좋아하는 가수들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오랫동안 이용하고 싶어요”라고 남겼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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