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고양이는 어쩌다 16층에서 떨어졌나..'5시간짜리' 주인의 죗값은?[법정돋보기]
피고인 "난간서 잡으려던 찰나에 추락"
맞은편 아파트 목격자 "작정한 듯 던져"
검, 벌금 100만원 구형..내달 26일 선고
“증인, 목격한 장면을 떠올리는 게 괴로우시더라도 이야기해주셔야 합니다. 이해하시겠죠?” “고양이가 어떻게 떨어졌나요?” “하늘에 떠 있던 순간 고양이가 주인 얼굴을 보고 있었단 말인가요?”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501호 법정에서 한 고양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형사4단독 신혁재 부장판사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 고양이는 2020년 7월14일 숨졌다. 오후 7시쯤 서울 관악구 한 아파트 16층 복도에서 인근 버스정류장 앞쪽까지 날아가 떨어졌다. 퇴근하던 사람들이 떨어진 고양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누군가 숨진 고양이 위에 천을 덮어주었다.
이날 열린 결심공판에 피고인으로 선 건 주인 A씨였다. 입양한지 5시간 밖에 안 된 길고양이를 아파트 아래로 집어던져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를 받는다. A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현관문이 열린 틈을 타 집에서 뛰쳐나간 고양이를 잡으려 복도를 헤집고 다녔고, 난간에 올라선 고양이를 잡으려던 찰나 고양이가 떨어졌다고 했다.
당시 건너편 아파트에서 상황을 목격한 동네 주민 B씨는 A씨 주장과 다른 증언을 했다. ‘A씨가 고양이를 내던졌다’는 것이다. B씨는 “당시 장면이 떠올라 제가 몇날 며칠 잠을 못 잤어요”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고양이를 든 채로 옆을 살피던 A씨 팔이 앞으로 나갔어요. 고양이는 주인 얼굴을 보고 있었단 말이에요. 아직도 기억이 나요.” B씨는 A씨가 몸을 움츠렸다 고양이를 작정한 듯 내던졌고, 고양이는 ‘직선’이 아닌 ‘포물선’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아파트 16층에서 고양이를 고의로 던졌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이 사건에서 A씨 측은 고양이를 던진 적이 없어 무죄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A씨 변호인은 최후진술에서 “난간에 올라선 고양이를 보고 A씨는 떨어질까 걱정이 되어 팔을 뻗었는데 고양이가 팔을 뛰어넘어 우연히 아래로 떨어지게 된 것”이라며 “A씨는 당시 경찰과 소방에 바로 연락을 했는데, 고의로 고양이를 던졌다면 적극적으로 구호 요청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멀리에서 지켜본 증인이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고도 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A씨는 메고 온 가방끈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제가 경솔했던 게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고양이가 도망다닐지 몰랐어요.…일단 죽은 고양이한테 많이 미안해요. 저도 마음이 너무 아팠고 고양이를 (장례식장에) 데려다주고 많이 울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고양이를 던지지는 않았어요. 정말로요.”
A씨 항변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행위를 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구형 직전 방청석에선 A씨를 따라 법정에 온 A씨 어머니가 작게 외쳤다. “A야, 고양이 네가 안 던졌다고 말을 해!”
A씨는 같은 날 초등학생을 때린 혐의(폭행)도 받는다. 당시 떨어진 고양이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있을 때 한 초등학생이 A씨를 가리키며 “고양이를 던진 거 아니냐”고 하자 화가 나 그 학생을 때린 혐의이다. 검찰은 A씨가 손으로 초등학생 왼쪽 귀를 강하게 때렸다고 봤다. A씨 측은 초등학생을 때린 건 잘못된 행동으로 반성하고 있지만 ‘꿀밤’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선고는 내달 26일이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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