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 경고 결정판 금리 공시..금리 낮출까
기준금리 인상에 체감도 낮아..소비자 효용 '글쎄'
윤석열 정부가 공약했던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를 시행하기로 했다. 앞으로 은행들은 공시 주기를 기존 3개월에서 한 달로 줄이고, 신용평가사(CB) 신용점수를 기준으로 대출 금리를 공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통해 은행들의 금리 경쟁을 유도, 예대금리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기준금리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 소비자들의 체감도는 크지 않고, 여전히 공시된 금리와 실제 대출 금리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출금리 인하될 듯…관치논란은 가중
지난 6일 발표한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에 대해 정부는 가계대출금리 상승으로 가계부문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포괄하는 대출평균 기준 예대금리차는 크게 확대되지 않은 반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금리는 크게 올라 가계부문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까닭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평균 예대금리차는 1.66%포인트인데 반해 가계 예대금리차는 2.12%포인트를 기록했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에는 완화적 태도를 유지하면서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한 것이 가계부문 예대금리차 확대 원인이라는 게 금융위 분석이다.
금융위는 은행들의 7월 실적을 바탕으로 다음달부터 개선된 방안을 기반으로 한 금리 공시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은 △저축성 수신금리 △평균 대출금리 △가계대출 △기업대출 △평균 예대금리차 △가계대출과 예금과의 예대금리차 등을 공시해야 한다. ▷관련기사: 대출·예금 금리공시, 소비자 중심으로 '촘촘해진다'(7월6일)
은행들 입장에선 대출금리에 대한 상세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금융 소비자들이 타 은행과 금리를 한 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이전보다 대출금리 인하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금리 공시제도를 개선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리 공시를 확대한다는 것 자체가 은행들에게 금리를 낮추라는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며 "앞으로 은행들은 금리를 낮출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관치금융 논란도 확산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속적으로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경고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던 가운데 공시제도 개선 역시 은행들의 금리 인하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방안은 금리 수준에 직접 개입하기 위한 게 아니다"라며 "은행 자율성은 보장하되 합리적인 절차와 근거에 따라 산출되도록 미비점을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소비자 활용 가능할까
금융 소비자들은 더 많은 금리 정보를 확인하고, 한 눈에 은행과 신용등급별 금리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은행이 자체 산출한 신용등급은 소비자가 사전에 확인하기 어려워 공시 효과가 크지 않았던 반면 신용평가사 신용점수는 각종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효용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시되는 금리는 직전 달에 은행이 취급한 상품을 기준으로 하고, 여전히 최종 금리는 은행들이 자체 산출한 신용등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공시를 통해 확인한 금리와 실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적용받는 금리는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이 대출 받으려는 은행을 선택할 때 단순히 공시된 금리만 확인하는 게 아니라 본인에게 적용 가능한 우대금리 항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만큼 공시제도가 개선돼도 상품을 결정하는데 참고 자료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전보다 대출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되겠지만 그렇다고 공시 개선 후 금리가 낮아지지는 않는 까닭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찾겠지만 기준금리 자체가 오르고 있어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금리 인하 효과를 기대하는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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