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장애인 편의제공 주먹구구..발달장애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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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은 장애인 편의제공 신청서를 쓰면 안 됩니다."
김선희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지난 2020년 충청북도 교육청은 검정고시 시험 하루 전 중증 장애인 30대 ㄱ씨에게 장애인 편의제공이 불가하다고 통보한 적이 있다"며 "서울교육청의 경우 '찾아가는 검정고시 서비스'를 통해 중증장애인의 자택이나 인근 복지관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지원을 하는데 이러한 제도가 전국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시·도 교육청의 의지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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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청각 장애인 등 3항목만 명시
서울선 집·복지관서 시험도 보는데
지역교육청 재량 따라 '울고 웃고'
"국가고시 편의제공 일관성 갖춰야"
“발달장애인은 장애인 편의제공 신청서를 쓰면 안 됩니다.”
지난달 21일 발달장애를 가진 20살 딸의 고졸 검정고시 시험 원서를 접수하러 간 강아무개(47)씨는 경기도의 한 교육지원청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딸이 여러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불안감을 느껴 별도 시험장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장애인 편의제공 신청서’를 작성하려고 하자 원서접수 공무원들이 발달장애는 지원 대상이 아니라며 막은 것이었다. 강씨는 “다행히 상급 교육청과 연락해 별도 시험장 배정을 받을 수 있었지만, 장애인 당사자 등 항의하기 어려운 분들이 신청했다면 적절한 편의를 받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오는 8월11일 전국에서 2022년도 제2회 검정고시가 진행되는 가운데, 다양한 장애 유형에 따른 편의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 당사자들과 장애인 단체 활동가들은 검정고시뿐만 아니라 국가고시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6일 <한겨레>가 경기도 교육청의 ‘2022년 제2회 검정고시 원서접수 담당자 교육’ 자료를 확인한 결과, 특정 유형의 장애 외에는 편의제공이 불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었다. 해당 자료는 장애인 편의제공 대상자를 ‘시각장애 및 뇌병변 장애, 상지지체 장애, 청각장애’로 구분하고, ‘3가지 장애 항목 외에는 편의제공이 불가능한가요?’라는 질문에 ‘예(YES)’라고 답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원서 접수 공무원이 강씨에게 발달장애인이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은 이 교육자료에 따른 것이다. 김계남 경기도 교육청 평생교육과장은 <한겨레>에 “실제 교육에서는 구두로 다른 유형의 장애도 접수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원서접수 과정에서 접수 요원들이 교육자료에 명문화된 것만 인식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장애인 편의제공이 각 시·도 교육청별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도 문제다. 검정고시 시행 공고문에는 뇌병변·상지지체·시각·청각 장애인 응시자에게 시간 연장, 별도의 시험장소 마련 등의 편의제공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복수의 교육청 검정고시 담당자에게 확인해보니 공고문에 명시된 유형의 장애 외에는 별도 지침이 없어 각 시·도 교육청 담당 공무원의 재량에 따라 편의제공 여부와 범위가 달랐다. 김선희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지난 2020년 충청북도 교육청은 검정고시 시험 하루 전 중증 장애인 30대 ㄱ씨에게 장애인 편의제공이 불가하다고 통보한 적이 있다”며 “서울교육청의 경우 ‘찾아가는 검정고시 서비스’를 통해 중증장애인의 자택이나 인근 복지관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지원을 하는데 이러한 제도가 전국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시·도 교육청의 의지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장애인 단체 활동가들은 검정고시뿐만 아니라 수능, 국가 자격시험 등 국가고시에 장애인 편의제공에 대한 일관된 지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천성호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은 “다른 국가고시들에서도 드러나진 않지만 여러 차별이 있어왔다”며 “국가고시부터 편의제공 서비스의 원칙에 맞게 기준을 마련하고 전국적인 통일성을 갖춰서 세분화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승헌 장애인차별금지추친연대 활동가는 “장애인들의 지역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공무원 시험 등에서는 이전과 달리 장애 등록이 안 되어 있어도 진단서만 있으면 필요한 편의제공이 가능하도록 안내되고, 실제 지원되고 있다”며 “각 교육청도 장애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사안별로 장애 정도를 검토해서 편의 지원 내용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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