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재즈로 연주한 '새타령' 묘한 리듬, 국악의 '힙' 아닐까요"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첫 출연
17인조 빅밴드 재즈와 국악 버무려
재즈, 리듬 관건..전통장단에 이끌려
꾸준히 창작하는 작곡가 되는 게 꿈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뉴욕에선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그 나라의 리듬을 재즈로 버무리더라고요. 저도 한국의 리듬을 차용해 보려고 판소리를 찾아 듣기 시작했는데, 이젠 국악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재즈 뮤지션 지혜리(본명 이지혜)가 국립극장 대표 여름 음악축제 ‘2022 여우락(樂) 페스티벌’을 처음 찾는다. 오는 20일과 2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너나: 음양’이란 제목으로 17인조 빅 밴드 재즈와 국악이 한데 어우러진 무대를 선보인다. ‘여우락’에서는 그동안 국악과 재즈의 접목을 다양하게 시도했지만, 1930년대 스윙 재즈를 주로 연주하는 빅 밴드 재즈와 국악이 만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혜리는 재즈의 본고장인 뉴욕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지혜리 오케스트라(Jihye Lee Orchestra)를 이끌고 있는 재즈 작곡가 겸 지휘자다. 한국에서 싱어송라이터로 먼저 활동했던 그는 작곡 공부와 함께 보다 다양한 음악을 경험하고 싶어 2011년 미국 보스턴으로 유학을 떠났다. 버클리 음대를 다니면서 재즈에 빠졌는데, 그 중에서도 여러 악기를 다양하게 편성할 수 있는 빅 밴드 재즈에 매료됐다. 학교를 다니면서 지혜리 오케스트라를 결성했고, 졸업 이후 2016년부터 뉴욕으로 건너와 현지 재즈 뮤지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활동 중이다.
올해 ‘여우락’에 참여하게 된 것은 지혜리 오케스트라가 미국에서 연주한 ‘새타령’이 계기가 됐다. 재즈에서 중요한 것은 리듬. 자연스럽게 한국의 리듬인 전통 장단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판소리 명창인 만정 김소희(1917~1995)가 부른 ‘새타령’의 묘한 리듬에 빠져 이 곡을 빅밴드 재즈로 편곡해 연주했다.
“김소희 선생님의 ‘새타령’엔 쉽게 예상하기 힘든 박자가 있어요. 그게 ‘힙’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혜리 오케스트라를 통해 ‘새타령’을 연주하게 됐죠. 연주자들도, 듣는 관객도 굉장히 재미있어 했어요. 자신들이 익숙한 재즈 오케스트라라는 형식 안에 ‘새타령’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담은 것이 신선하게 다가간 거죠.”
지혜리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발표한 두 번째 정규 앨범 ‘데어링 마인드’(Daring Mind)로 올해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연주 음반’ 부문을 수상했다. 지혜리는 “예상 못한 수상이었고, 올해 한국에서 일을 많이 하라는 뜻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꾸준히 창작할 수 있는 작곡가가 되는 게 꿈”이라면서 “언젠가는 그래미상 수상과 같은 좋은 일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국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다만 아직까지는 ‘신기하다’ ‘재미있다’ 정도의 반응이지 국악을 좋아하는 팬들이 생겨날 정도의 ‘무브먼트’가 만들어지지는 않은 것 같아요. 국악이 어떤 방향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가며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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