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은 한다" 카카오 남궁훈, 6년 전에도 '구글 갑질'에 맞서 싸웠다

김근욱 기자 2022. 7.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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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30% 의무화..선 넘은 구글 갑질에 '카카오' 총대 매다
카카오vs구글, '다윗과 골리앗' 우려 목소리도.."정부가 빨리 나서야"
남궁훈 카카오 대표 (카카오 제공)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구글플레이가 국민 메신저앱 '카카오톡'의 업데이트를 막았다. 자사의 인앱(InApp) 결제 의무 정책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구글이 "개발사는 이용자를 외부 결제로 유도하면 안 된다"고 명시했지만, 카카오는 이를 알고도 외부 결제를 유도하는 '아웃 링크'를 걸어뒀다.

IT업계는 '수수료 30%'를 강제 적용하는 구글의 횡포를 막기 위해 카카오가 총대를 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국내 IT업계를 대표해 구글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그리고 그 중심엔 6년 전 구글 갑질에 홀로 맞서 싸운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있다.

◇ 6년 전 남궁훈 "이해할 수 없는 차별 받고 있다"

지난 2016년 6월, 카카오의 게임사업 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었던 남궁 대표는 구글의 갑질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를 낸 적 있다. 논란은 카카오가 출시한 신작 모바일게임 'O.N.E(원) for Kakao'가 출시 이후 4일 동안 구글플레이에 검색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남궁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마치 악몽처럼 마켓에서 게임 검색이 안 된다"며 "그 많은 마케팅 비용이 하늘로 날라갔고, 출시를 했는데 지인들은 언제 출시하냐고 묻는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당시 업계는 카카오가 구글보다 다른 앱마켓에 먼저 게임을 출시한 것에 대해 보복 행위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후 구글의 갑질 논란이 확산된 조짐이 보이자, 구글플레이에선 다시 모바일게임 '원' 검색이 되기 시작했다. 이에 남궁 대표는 구글을 향한 비판 수위를 한층 높였다.

다음날 그는 Δ2015년 4월 1일, 카카오 게임샵 출시 당일 '카카오택시' 앱이 구글플레이에서 내려감 Δ2015년 4월 18일, 최초의 카카오 마케팅 지원 게임 '탑오브탱커' 마케팅 집행 순간 구글플레이 리스트에서 자취를 감춤 Δ2015년 8월 25일, 최초의 카카오 프렌즈 IP게임 '프렌즈팝' 출시 첫 주, 분명 타 게임보다 월등히 높은 다운로드를 기록했음에도 다운로드 순위 상위권에서 찾아볼 수 없었음 등을 관련 내용을 조목조목 나열했다.

그러면서 "우리 파트너사들도 모두 구글에 30% 수수료를 내고 있고, 구글을 최우선시 하고 있음에도 왜 우리 파트너사들은 차별 받아 마땅한지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다"며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성장한 구글스토어가 남들과 똑같이 30%의 수수료를 내면서 정당한 서비스 받을 권리가 있는 카카오 파트너사들에게 동등한 대우를 해주시지 않는다면, 카카오는 그 분들을 대변해서 항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시행을 막기 위한 '구글갑질방지법(인앱결제방지법)'이 오늘 국회 본회의에 상정 예정이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세계 최초로 앱마켓을 규제하는 사례가 된다. 한국을 기점으로 앱마켓에 대한 반독점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30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캠퍼스. 2021.8.30/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 구글 갑질, 게임 넘어 전체앱으로

구글과 카카오가 대립각을 세운지 3개월 후, 당시 민경환 구글플레이 앱·게임 비즈니스 한국 총괄은 카카오게임즈 사옥을 방문했고, 남궁 대표는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국내 게임사들을 향한 구글플레이의 '보이지 않는 압박'은 계속됐다. 국내 게임사들이 구글의 눈치를 보느라 '원스토어' 같은 토종 앱마켓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건 업계 내부에서 익히 알려진 이야기였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구글의 '보이지 않는 불이익'에 대해 수차례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앱삭제처럼 보이는 불이익이 일어나진 않아도, 구글이 교묘하게 압박을 이어오고 있다"며 "게임은 앱마켓에서 얼마나 노출되느냐가 성패를 좌우하는데, 메인에 게임을 노출시켜주지 않거나, 추천 게임으로 등록시켜주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글로벌 앱마켓 사업자의 갑질이 실제로 있었냐'는 한 의원의 질문에 "2010년 4월부터 2011년 11월가지 게임법상 등급분류 심의가 의무화 됨에 따라서 한국 앱마켓 카테고리에서 게임 카테고리를 삭제한 적이 있었다"면서 "또 게임 업데이트 지연이나 게임 삭제 등의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게임업계 반응을 종합하면, 구글은 그동안 국내 게임사를 대상으로 수수료 30%에 육박하는 인앱결제를 강제화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보복을 가해왔다. 이제 구글의 갑질이 게임을 넘어 '모든앱'으로 확산되자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다시 한번 '구글 저격수'를 자처한 것이다.

◇ 카카오vs구글, 다윗과 골리앗…"정부 나서야"

남궁 대표가 6년 전 구글을 향해 낸 목소리는 오직 카카오게임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엔 다르다. 정부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을 무시하는 행보를 보이는 구글에 이렇다 할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가 '총대'를 매고 국내 IT업계 전체를 대표해 싸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일각에서 카카오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구글이 자사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앱을 '삭제'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놓은 만큼, 카카오톡이 앱마켓에서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질 수 있기 때문. 구글의 압박이 카카오톡 뿐만 아니라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등 카카오 그룹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카카오와 구글의 힘겨루기가 사실상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기 때문에 정부가 하루 빨리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나온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규제 권한을 쥐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보이질 않는다"며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오는 7일 구글과 카카오 임원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며 "방통위도 의견을 청취하면서 상황 파악에 나설 것이다"고 밝혔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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