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 불리는 보수 유튜브, 집권 여당에서는 외면한다고?
보수정당과 유튜버들의 밀월이 위태로워 보인다. 광장에서 ‘문재인 독재정권’을 규탄하던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유튜브와 선 긋기에 여념이 없고, 보수 유튜브는 국민의힘의 이념적 순수성을 의심한다. 유튜브 채널 간 성향 차이도 점차 두드러진다.
겉보기에 보수 유튜브의 성장세는 건재하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슈퍼챗(유튜브의 실시간 후원금) 수입 2위 채널은 보수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다. 슈퍼챗으로만 연간 7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6월18일 기준 이 채널 구독자는 87만명이다. 3년이 안 되는 기간에 두 배 늘었다. 구독자 수 증가세는 ‘신의한수’가 더 가파르다. 3년 동안 세 배 가까이 늘어, 145만명이다. ‘진성호방송’은 176만명이다. 2년 만에 두 배 늘었다.
그런데 집권 여당 대표는 유튜브에 차가운 태도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6월1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유튜버들이 만들면서 저열해진 보수세력의 담론을 되돌릴 필요가 있다. 슈퍼챗 받으려고 만든 담론 따위보다 훨씬 더 고품질의 담론을 당이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보수 유튜브를 비판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는 자신의 SNS에 “2021년 들어 세상은 왜 유튜버들 예측 반대로 돌아가는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조회수 모으는 것과 표 모으는 것은 다르다”라고 썼다. 보수 유튜브 구독자가 100만, 200만명이라도 ‘표 모으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고작 2~3년 전 황교안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대표 때와 상전벽해다. 황 대표는 보수 유튜브를 대여 강경 투쟁의 동반자로 삼았다. 보수 유튜버들의 방송에 출연하고 그들과 함께 시위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유튜버들에게 당내 입법보조원 자격을 주자’고 당에 제안하기도 했다. 사이버 선동가들이 언론인 겸 정치인 행세를 했다. 보수정당 후보를 취재하고 집회에 군중을 모았다. 5·18민주화운동 비하 등 극단적인 의제를 세상에 던져 보수정당 내 논의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21대 총선 참패 후 나온 유튜브발 의제는,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당내 구성원들을 경악하게 했다. 사전투표 조작 음모론이었다.
황교안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내려온 뒤에도 유튜버들의 주장에 동조했다. 그러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대표 체제를 거치며 그와 견해가 같은 정치인은 당내에서 비주류가 됐다. 윤석열 후보는 이준석 대표만큼 보수 유튜브에 반감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황교안 전 대표만큼 그들을 챙기지도 않았다. 유튜브와 공조하면서 몰락하던 당은 그들과 거리를 둔 채 치른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내리 이겼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국민의힘 인사는 국민의힘과 보수 유튜브의 거리두기가 이준석 개인의 가치관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부터 유튜버들에게 여지를 주지 않았다. 선거에 지고, 조작론까지 나오자 모두 이제는 발을 빼야 한다고 느꼈던 것이다.”
선거 조작론은 보수정당과 유튜브의 분열만 야기한 게 아니다. ‘보수 유튜브’라고 뭉뚱그려 불리던 여러 채널이 저마다 스펙트럼을 드러냈다. 유튜브가 생기기 전부터 극우 논객으로 이름을 알려온 이들은 투표 조작론을 맹비난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조갑제TV’의 조갑제 대표, ‘펜앤드마이크’의 정규재 주필, ‘김진TV’ 김진씨 등이 그랬다. 유튜브 간 상호 견제도 이즈음부터 불거졌다. 신의한수는 가세연 모금 활동의 위법성을 비판하고,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을 비난하는 등 사분오열이 본격화됐다. 유튜브 ‘헬마우스’ 채널을 운영했던 하헌기 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최근 “보수 유튜브가 지리멸렬해졌다”라고 했다. 그는 요즘 보수 유튜브를 챙겨 보지 않는다. “그들 나름대로 ‘장사’는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현실 정치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정치인 출연도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여전히 장사가 되는 이유는?
정권이 교체되고 보수정당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지금, 보수 유튜브 채널들의 처세는 제각각이다. 반민주당, 친박근혜는 여전히 인기 주제다. 그러나 퇴임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항하는 ‘독립군’ 모델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사면되었기에 의제로는 파괴력이 부족하다. 떠오르는 공적(公敵)이 이준석 대표다.
가세연은 이준석 대표의 성접대 의혹에 몰입했다. 지난해 말부터 가세연은 이 대표가 2013년 대전에서 성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가세연 진행자 강용석씨와 김세의씨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4월21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의결했다. 신의한수 역시 이 대표에게 비판적이다. 대선 기간에도, 이후에도 ‘이준석 사퇴론’을 제기했다. 신의한수는 ‘낙제’ ‘삐돌이’ ‘반역자’ 따위 수식어를 이 대표에게 붙였는데, 이 채널이 여당 성향 인물을 이렇게 취급한 적은 몹시 드물다. 이 대표에게 우호적인 보수 유튜브는 선거 조작론을 부인하는 이들과 겹친다. 예컨대 조갑제 대표는 꾸준히 이 대표를 높이 평가한다.
이전만큼 보수정치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유튜브가, 여전히 ‘장사’가 되는 이유는 뭘까? ‘예능화’를 꾀한 덕이다. 가세연 영상을 즐겨 보는 한 40대 시청자는, 보수 유튜브의 영상 내용을 맹신하는 노인들과 자신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웃겨서 본다’는 것이다. “뭔가를 규탄하면서 보는 사람을 화나게만 하려는 영상은 지루하다. 가세연은 ‘선’을 넘으면서 어이가 없게 웃기는 부분이 있다. ‘일베’와 비슷하다.” 자극적 제목과 섬네일도 적극 활용한다. 대부분 보수 유튜브 영상은 제목에 ‘충격’이 들어간다. 예컨대 진성호방송에서는 유튜브 게시물 제목에 ‘긴급’과 ‘충격’이 안 들어간 영상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화려한 포장지를 벗기면 현실 정치에서 외면받는 유튜브의 ‘지리멸렬함’이 보인다. 가로세로연구소는 지방선거를 거치며 분란이 일어났다. 강용석 전 의원은 자신의 채널에서 활동하고, 기존 가세연 채널은 김세의씨 혼자 진행 중이다. 이 채널의 구독자 수는 90만을 넘겼는데, 최근 구독자 1만명이 이탈했다. 분란의 직접적 원인은 강 전 의원의 경기도지사 선거 완주다. 강 전 의원은 득표율 0.95%(약 5만 표)를 받고 낙선했는데, 보수 유권자들은 강 전 의원이 완주하는 바람에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8000표 차이로 패했다고 비판한다. 신의한수도 황교안 대표를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했던 때와 달리 이제 현직 정치인을 보기 어렵다. 이 채널 신혜식 대표는 ‘신튜브 신혜식’을 따로 차렸다. 신의한수에는 젊은 직원들이 현안에 대해 논평하는 영상만 주로 나온다. 지난 1년간 구독자 순위가 꾸준히 떨어졌다. 보수 유튜브 가운데 가장 탄탄해 보이던 두 채널마저, 새로운 ‘사업 모델’이 필요해 보인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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