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금리차' 비판에 백기 든 은행..공시제도 개선에는 '착잡'
신한, 하나은행도 대출 금리 낮춰…은행들 잇따라 금리 인하 방침
당국, 금리제도 공시제도 개선안 발표…'합리적 개선'
'관치금융' 비판 의식한 듯 "은행 자율성 보장하되 산정원칙 미비점 보완할 것"
금융권 "소비자 입장에서 의미 있을 지 의문"
"시장 원칙 무시하면 부작용만 커질 것" 비판도
대통령과 금융당국 수장들이 금리 상승기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마진을 잇따라 지적하면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6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주요 공약이기도 했던 금리정보 공시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금리 인하 압박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여 은행권의 표정은 착잡하다.
'은행, 지나친 이익 추구'···정부 압박에 대출 인하 릴레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0일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리상승기에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이익 추구를 지적했다. 같은 날 윤 대통령도 한 목소리를 내면서 은행들의 '릴레이 이자 하락' 현상이 나타났다.
앞서 신한은행은 6일부터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을 받아 판매되는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3%포인트 낮췄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에 취약 차주(대출자)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5% 초과분 금리 지원 등의 프로그램도 곧 순차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오는 11일부터 고금리 개인사업자 대출과 서민금융 지원 대출에 대해 각각 최대 1%포인트의 금리를 지원한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우대금리를 확대해 대출 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4일 1~8등급 고신용 고객에게만 적용하던 가감조정금리를 9~10등급에도 확대 적용했다. 이에 주담대 금리 상단이 7%대에서 5%대까지 낮아졌다. 농협은행은 이달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에 적용하는 우대금리를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확대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 오히려 빠르게 대출금리를 낮추는 모습이 당국 눈치보기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금리정보 공시제 개선방안 발표···은행 향한 압박 커질 듯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6일 발표해 은행들이 받는 압박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예대금리차에 대한 비판은 지난해 본격적인 금리인상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예대금리차 공시는 윤 대통령의 대선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매달 예대금리차를 비교 공시해야 한다. 대출금리 산정 방식도 합리적으로 산정하고 있는지를 점검, 개선키로 했다.
개선안은 전체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 정보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비교 공시토록 하고, 공시 주기를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도록 했다. 또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합한 대출 평균뿐 아니라 가계대출만을 기준으로 한 예대금리차를 함께 공시한다. 가계대출 금리 공시 기준은 신용점수 구간별로 나눠 공시한다.
금융당국은 은행별 현행 금리 공시 기준도 개선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매기던 등급에 따라 매기던 등급에 따른 대출금리 공시 기준이 '신용평가사 신용점수'로 바뀐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공시 제도 개선과 함께 은행권의 대출·예금 금리산정 체계도 개선을 유도한다. 금리 산정은 원칙적으로 은행의 자율이지만, 가산금리 세부항목 산정과 관련해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반영된 것이다. 대출종류와 규모에 따라 차등된 원가가 적용되도록 업무원가를 적용하고, 실제 조달금리를 잘 반영하는 지표를 활용해 위험 프리미엄을 산정하는 등 세부 항목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예금금리도 매달 1회 이상 시장금리 변동을 점검해 기본금리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비할 계획이다. 또한 은행별로 연 2회 이상 내부통제 부서에서 이 같은 금리산정 체계를 점검하고, 이를 금융감독원 정기검사 과정에서도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민간 금융사에 '관치 금융'?···논란 지속
최근 정부의 움직임에 금융권에서는 '과도한 시장 개입'이란 주장과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업무원가 등을 자칫 과도하게 공개해 경쟁사에 영업비밀이 공개될 수도 있다"며 "어차피 은행들 간의 경쟁을 통해 시장에서 조절되는 것인데 과도한 개입을 하게 되면 부작용이 더 커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위도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이번 방안은 금리 수준에 직접 개입하기 위함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는 "은행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합리적인 절차 및 근거에 따라 산출되도록 산정원칙의 미비점을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주들에게 이익이 되기 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지적도 조심스레 나온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의 기준은 결국 차주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대출을 받을 때 예대금리차를 찾아보고 예대금리차가 큰 은행은 피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대출 금리를 찾아가는 것인데, 소비자의 입장에서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자연스러운 시장의 원칙을 거스르고 금리에 대해 언급하는 등 최근의 움직임이 적절한지 모르겠다"면서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 취임하면서 금융권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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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노컷뉴스 박초롱 기자 pc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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