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의 쇼? "5% 넘는 금리 떠안겠다" 발표의 실상
신한은행이 지난 3일 중대 발표를 했습니다. 주택 담보대출 금리가 5%를 넘는 고객 대상으로 1년간 5%로 깎아주겠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대출 이자가 5.6%라면 5%까지만 받고 나머지는 은행이 떠안겠다는 것이죠. 은행이 개인별 신용도 평가도 없이 이렇게 일괄 감면해주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파격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경고한 뒤 처음 나온 은행의 취약 차주 지원 방안이라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런데 은행권에서는 ‘생색내기’라는 뒷말이 무성했습니다. 크게 선심을 쓰는 듯 홍보했지만 은행에서 주택 담보대출을 받는 사람 가운데 연 5% 넘는 이자를 무는 경우는 많지 않으리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발표 후 이틀이 지나도록 금리 감면 혜택을 몇 명이 받는지, 은행이 떠안겠다는 1년 치 이자가 얼마인지 공개하지 않아 이런 의구심을 키웠습니다.
그러다 사흘 만인 6일 “연 5% 금리 일괄 감면 고객은 3324명이고, 이들의 대출 규모(잔액)는 3300억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짐작대로 그야말로 극소수였습니다. 신한은행 주택 담보대출 고객(30만명)의 1%이고, 주택 담보대출 총액(60조6000억원)의 0.5%입니다. 이들에게 1년간 1%포인트씩 금리를 깎아준다고 해도 은행이 지원하는 금액은 총 33억원입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2조4944억원이나 됩니다.
게다가 신한은행은 7월 이후 금리 인상분은 추가로 고객이 부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달 말 기준 적용 금리가 연 6%라면 은행이 연 5%를 초과하는 1%만큼을 지원하지만, 만약 연말에 금리 재산정 주기가 돌아와 0.7%포인트 적용 금리가 오르면 그건 고객이 내야 한다고 합니다. 1년간은 5%만 내면 되는 줄 알았던 고객들은 황당해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신한은행이 금리 감면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상자 규모 등 설명을 충실히 했더라면 이런 잡음은 없었을 겁니다. 만약 금리 인하 혜택 규모를 파악하고도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면 은행 이미지 홍보를 위해 쇼를 한 것이고, 신한은행 주장대로 새희망홀씨대출 금리 인하 등 다른 대책과 함께 발표하느라 미처 셈을 못 해봤다면 금감원장을 의식해 설익은 대책을 덜컥 발표부터 했다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지난해 5대 은행 가운데 예금과 대출 금리 차가 가장 큰 곳이 신한은행이었습니다. 금리 인상기 대출 금리 걱정이 큰 고객들을 위해 좀 더 큰 대책을 만들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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