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난민 엄마'들의 비극.. "아이라도 살려야 하기에"[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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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빨리 아이들과 함께 떠나라며 등을 떠밀었다. 아이들을 총탄과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전쟁터에 두면 안 될 것 같다고."
그는 6세 딸과 6개월 아들을 안고 업고 겨우 우크라이나를 탈출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난민을 끌어안은 이웃 나라 폴란드엔 453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인이 머물고 있다.
'난민 엄마'들은 오로지 아이들을 살리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남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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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빨리 아이들과 함께 떠나라며 등을 떠밀었다. 아이들을 총탄과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전쟁터에 두면 안 될 것 같다고."
폴란드 크라코우에서 3일(현지시간) 만난 우크라이나 난민 쪼랴나씨가 국경을 넘은 사연이다. 그는 6세 딸과 6개월 아들을 안고 업고 겨우 우크라이나를 탈출했다. 병력 자원인 18~60세 남성의 출국이 금지돼 남편은 동행할 수 없었다.
전쟁은 가족은 그렇게 갈라 놓았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저마다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먼 나라에 내던져진 쪼랴나씨는 생계와 생존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처지가 됐다. 남편을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매일 싸우고 있다.
한국일보는 쪼라냐씨 같은 '난민 엄마' 5명을 인터뷰했다. 쪼랴나씨와 일로나∙마르나∙안나∙류드믈라씨.
우크라 국경을 '못' 넘는 남자들
유엔난민기구는 올해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840만 명(지난달 말 기준)이 난민이 됐다고 추산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난민을 끌어안은 이웃 나라 폴란드엔 453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인이 머물고 있다. 이 중 94%가 여성과 아이. 폴란드에서 '난민 엄마'를 만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고통 견디기엔 여린 아이들... 이산가족化
'난민 엄마'들은 오로지 아이들을 살리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남편을 떠났다. 키이우 출신인 일로나씨는 "아홉 살인 딸이 천식을 앓고 있다"며 "전쟁 스트레스로 천식 발작이 심해지면 손을 쓸 수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버렸다"고 했다. 안나씨는 "전쟁이 터지고 여덟 살 아들과 10일 정도 지하실에 숨어 있었는데 아들이 공포에 치여 구석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당장의 죽음을 피해 난민의 삶을 택한 엄마들 앞엔 또 다른 고통이 놓여 있었다. 가족을 남겨두고 온 데 대한 죄책감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마르나씨는 "레고 장난감을 사려고 돈을 모으던 아들이 '제 돈 우크라이나 군인들한테 주면 전쟁 끝나요?'라고 물었다. 빨리 전쟁을 끝내고 아빠한테 가고 싶다는 얘기였다"고 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귀국을 결심한 '난민 엄마'들이 늘고 있다. 쪼라냐씨도 다음 주에 남편 곁으로 가겠다고 했다. 귀향은 또 다른 이산가족을 만들고 있다. 류드믈라씨는 대학생인 딸이 "또 도망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며 폴란드에 혼자 남겠다고 해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모든 것 짊어진 엄마의 삶... 저마다의 분투
'난민 엄마'들의 삶은 형언할 수 없이 고단하다. 마르나씨는 "폴란드어도 영어도 못하니 안정적인 직업을 구할 수 없다"며 "아이들을 봐줄 사람이 없으니 사실은 일을 구해도 걱정"이라고 했다.
폴란드가 이들을 환대하고 있지만, 수개월째 누군가의 집에 얹혀 살고 금전적 지원을 받는 것이 마음 편한 일은 아니다. 삶의 질도 열악하다. 유엔여성기구는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여성들은 육아, 트라우마, 재정적 문제 등 엄청난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은 '국가 대 국가의 싸움'이기 전에 '개인과 가족의 붕괴'였다.
크라코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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