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조건의 일반화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외부 자극을 인식하고 그에 대해 적절한 반응을 한다. 어떤 반응들은 즉각적이고 자동적이다. 뜨거운 것이 닿으면 얼른 손을 떼고, 큰 소리가 나면 도망치며, 음식을 입에 넣으면 침이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19세기 말,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는 개의 소화 과정을 연구하던 중, 자동 반사인 침흘리기 반사가 아직 먹이를 받지 못한 개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을 목격한다. 알고 보니 이 개는 자신에게 먹이를 주러 오는 연구원의 발걸음 소리를 기억하고, 그 소리에 반응한 것이었다. 파블로프는 흥미가 생겼다. 발걸음 소리는 개의 침 분비 활동과 직접적 관계가 없다. 하지만 그 소리의 주인은 매번 개에게 먹이를 가져다주었기에, 개는 이 소리를 먹이와 연관지어 반응하는 반사 패턴을 형성한 것이다. 그렇다면 먹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자극, 이를테면 특정 멜로디의 벨소리 같은 중립 자극도 먹이와 연관된다면, 개는 같은 반응을 보여줄 것인가? 그 유명한 ‘파블로프의 개’, 즉 고전적 조건 형성 실험이 여기서 시작된다.
대개 부정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는 자극일수록 그 역치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생명체에게 더 중요한 건 눈앞의 먹이를 먹는 것보다 눈앞의 적을 피하는 것이다. 먹이는 배고픔만 조금 참을 수 있다면 다음 기회가 있지만, 천적은 지금 피하지 않으면 삶의 가능성을 모두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긍정적인 보상이나 감정보다 부정적인 피해나 불쾌함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이 더 쉽게 기억되고, 패턴화되는 것이다.
손가락만 몇 번 터치해도 온갖 자극적이 사건들을 접할 수 있는 것이 현대인의 세상이다. 세상에는 정말 불쾌하고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늘 존재한다. 이들이 주는 자극은 너무도 강렬하고 부정적이어서 쉽게 패턴화되어 기억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별 조건들은 쉽게 확장되고 일반화된다. 특정 개인이 저지른 불쾌한 자극이, 그와 동일한 국적, 출신 지역, 성별, 연령을 지닌 불특정 다수에게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추상적인 생각이 가능하고, 특징을 카테고리화시킬 수 있는 인간의 발달된 지적 능력은 특정 자극을 일반 자극으로 쉽게 확장시킨다. 그렇기에 우리는 한 단계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개인에 대한 부정적 기억으로, 전체에 대한 회피와 혐오와 두려움의 반사 패턴이 확장되어 나타난다면, 자신이 부정적 조건 반사 패턴을 지나치게 일반화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그것이 우리가 타고난 지적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가장 인간다운 사고방식이 아닐까.
이은희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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