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화재들 찾으러 지구 160바퀴 누볐다
지구 160바퀴(약 629만㎞).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직원들이 지난 10년간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빈 총 비행 거리다. 이 결과 환수한 문화재는 모두 784점. 이 중 두 점이 보물로 지정됐고, 한 점이 보물 지정 심사 중이다. 이 10년간의 결실을 바탕으로 꾸린 전시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이 7일부터 9월 25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다. 전시에 나온 유물은 모두 40여 점. 이 중 절반 이상의 환수에 재단이 관여했다. 김인규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재단 창립 10주년을 계기로 문화재 환수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기획한 전시”라고 밝혔다.
문화재가 해외로 가게 된 과정은 복잡하다. 전쟁 등 혼란한 시기를 틈탄 불법 유출도 있지만 외교 사절에게 선물하거나 교역, 외국인들의 수집 등에 의한 합법 반출도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된 조선 후기 나전 상자는 재단이 일본인 소장자로부터 직접 매입한 것. 재단 유통조사부 남은실 선임은 “매입하여 환수할 때엔 도난 등 불법 반출 여부를 조사하는데 이 경우엔 소장자가 적법하게 소유한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상자의 문양은 매화와 대나무, 모란 넝쿨, 꽃과 새 등을 조합했다. 자개 표면에 균열을 만들어 상자에 붙이는 타찰법(打擦法)으로 정교하게 제작됐다. 신재근 고궁박물관 학예사는 “국내에 남아있는 나전 상자가 많지 않아 전시 및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임금의 도장인 어보(御寶)는 왕이 세상을 뜨면 종묘에 보관된다. 해외에 있는 경우 불법 반출됐을 확률이 높다.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만든 ‘황제지보’ 등 6·25 때 미군에 의해 불법 반출된 국새 3점이 전시에 나왔다. 미국과의 수사 공조를 통해 반출 경위가 확인됐고, 2014년 한·미 정상회담 때 국내로 반환됐다.
애달픈 사연이 눈물을 자아내는 유물도 있다. 녹색 당의와 붉은 스란치마. 고종의 고명딸로 13세 때 일본으로 강제 유학, 일본인과 정략결혼 후 정신착란 등으로 비운의 생을 마감한 덕혜옹주가 어릴 때 입었던 옷이다. 옷은 자그맣다. 당의는 길이 40cm, 치마 길이는 63cm다. 2015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일본 문화학원 복식박물관이 우리 정부에 기증했다. 올 1월 기준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21만4208점. 재단이 할 일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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