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제도화, 눈치만 보는 복지부
윤석열 정부 국정 과제인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의사단체 등의 반대로 난항을 겪는 가운데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사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복지부가 관련 논의에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눈치보기에 급급하는 동안 ‘규제 혁신을 통한 국민 편의 증진’이란 국정 목표가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사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와 의료계 간 갈등, 의료계 내부 갈등은 커지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3일 비대면 진료 앱 ‘솔닥’을 운영하는 아이케어닥터를 약사법 위반(과장광고 등 금지) 혐의로 고발했다. 솔닥이 소셜미디어에서 약사법상 광고가 금지된 전문의약품 ‘삭센다’를 광고했다는 이유다. 의사회는 아이케어닥터를 고발하면서 “부작용 위험에도 영리를 위해 전문의약품을 광고해 약사법을 위반했고, 국민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는 안전이 최우선인데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은 배달의민족·카카오택시 같은 앱을 하나 더 만든다는 수준의 인식만 갖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서울시의사회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닥터나우’를 의료법·약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시의사회는 닥터나우의 ‘원하는 약 담아두기’ 서비스에 대해 “의사 진찰과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을 환자가 선택하도록 유도한 뒤, 제휴한 소수 특정 의료 기관에서만 처방받도록 하는 등 비대면 진료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했다. ‘원하는 약 담아두기’는 환자가 앱에서 원하는 의약품을 고른 뒤 개인정보·증상을 입력해 진료를 신청하면 의사가 전화해 처방전을 발행해주고, 환자는 약을 직접 또는 퀵·택배 배송으로 받는 서비스다. 닥터나우는 한 달 만에 해당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상대로 한 의료계의 법적 대응 사례가 향후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업계 간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갈등을 중재하고 의료 소비자 편익 극대화를 고민해야 할 복지부는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5월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위한 협의체를 가동하겠다고 밝혔지만 의사·약사단체 등이 협조해주지 않으면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복지부는 또 최근 닥터나우 ‘원하는 약 담아두기’ 서비스와 관련해서도 “약사법·의료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면서 사실관계 확인 후 고발 등 법적 조치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교수는 “최근엔 의사단체 등도 비대면 진료에 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 추진과 이해당사자 설득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코로나 재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에 복지부가 하루라도 빨리,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복지부는 의사단체의 반발 등을 고려해 일단 비대면 진료 대상도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도서·산간 환자 등 의료 취약계층으로 제한하고, 진료 기관은 의원급으로 하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예외적 상황에서만 비대면 진료를 하도록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이 “자체 앱과 종합의료정보시스템(EMR)을 연동해 비대면 진료·전자처방전을 시행하겠다”고 했다가 의협 등의 반발에 직면하는 등 의료계 내부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주도해야 할 비대면 진료 관련 논의가 헛돌면서 당초 비대면 진료를 강화하려던 병원들도 추진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경남 지역 한 병원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기관이 어디가 될지 등 기본적인 가닥도 안 잡힌 상황에서 준비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관계자도 “복지부에서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영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그전까지는 불확실성 속에 계속 사업을 이어가야 하는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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