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드는 권력자가 누구든, 국가위해 일할뿐"

노석조 기자 2022. 7. 7. 0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모사드 前원장 타미르 파르도 인터뷰

“모사드는 총리·대통령이 누구든, 집권 정당이 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우린 음지(shadow)에서 국가를 위해 일할 뿐입니다.”

이스라엘 대외 첩보부 모사드의 타미르 파르도 전 원장은 본지 화상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보기관은 정치인에게 봉사해서도 집권 세력에 따라 기관의 기조와 정신이 바뀌어서도 안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파르도 전 원장은 오는 13~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조선일보 주최 제13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화상으로 참석한다. 2016년까지 5년여간 이란의 핵·미사일 관련 첩보전을 진두지휘한 파르도 전 원장은 ALC에서 ‘모사드 첩보전과 사이버 안보’에 대해 생생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사례를 제시하며 1시간 동안 특별 강연을 할 예정이다.

파르도 전 원장은 지난달 30일 화상으로 본지와 ALC 사전 인터뷰를 했다. 그는 “어제의 적은 오늘 당신의 친구일 수 있고, 안보 위협의 방식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정치 권력도 바뀌기 마련”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있는 것’이라는 모든 정보기관에 적용되는 핵심 가치는 변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사드의 원훈도 그런 의미라고 했다. 모사드의 원훈은 ‘지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여도 지략이 많으면 평안을 누리느니라’다. 구약성서 잠언 11장 14절에서 가져온 것이다.

타미르 파르도 전 모사드 원장. /칼칼리스트

모사드는 미국 중앙정보국과 함께 영화 첩보물 등에 단골로 등장한다. 모사드는 적대국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핵시설 선제 타격 등 수많은 작전을 성공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12년 1월 11일 이란 수도 테헤란 중심가에서 핵과학자가 탄 승용차가 폭탄 공격으로 폭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토바이를 탄 괴한이 도로를 달리는 이 핵과학자 차량 겉에 폭탄을 부착하고 달아난 직후였다. 모사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지만, 외교가에선 “이 오토바이 괴한은 모사드 요원”이라는 말이 나왔다. 모사드는 특히 경상도 면적이라는 작은 나라의 정보기관이라는 점에서 각국 정보기관의 벤치마킹 모델이 됐다.

파르도 전 원장은 “단 한 번도 모사드가 잘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면서 “모사드도 실패를 많이 했다. 하지만 한 해마다 조금씩 나아지려고 지난 수십년간 노력했을 뿐이다. 모사드는 겸손해야 한다”고 했다.

모사드에선 여성 요원이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여성 요원은 참으로 탁월하다”면서 “첩보 요원은 길을 걸으며 껌도 씹고 감시도 하는 등 멀티태스킹을 잘해야 하는데, 신기하게도 여자가 남자보다 이걸 더 잘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담이지만, 여성은 과거 육아도 하고, 살림도 하면서도 일까지 하는 경우가 많아 한 번에 여러 업무를 소화해내는 능력이 발달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 “여성 요원은 모사드 탄생 첫날부터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있었다”고 했다.

파르도 전 원장은 인터뷰에서 이른바 ‘이대남’인 ALC 인턴기자로부터 이스라엘의 징병제도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이스라엘은 한국과 같은 징병제이지만, 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군 복무가 의무다. 남자는 2년 8개월, 여자는 2년인 점만 다르다. 파르도 전 원장은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당시 전쟁을 치를 때 인구가 100만명도 안 돼 인구의 절반인 여성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면서 “전후에도 여성은 국방의 의무를 졌고, 여성들이 자진해 활동 영역을 넓혀 지금은 전투부대 등 거의 모든 병과에 진출했다”고 했다.

모사드의 휘장이다. 일곱 갈래의 촛대인 ‘메노라’를 중심으로 모사드의 원훈인 ‘지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여도 지략이 많으면 평안을 누리느니라’가 히브리어로 쓰여있다. ​ 메노라(מנורה)는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십계명을 받을 때 숲에서 불이 피어오르나 타지 않는 떨기나무에서 나타난 하나님을 상징한다. ​

파르도 전 원장은 2016년 퇴임 이후 사이버 안보와 관련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보안업체 ‘나노록 시큐리티(NanoLock Security)’의 고문도 맡고 있다. 그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여러 조약을 통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최근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꺼내 들며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데, 이건 북한이나 이란 등에 여차하면 핵 협박을 하면 된다는 사례를 남겨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핵·미사일뿐 아니라 사이버 안보 위협에 각별히 대비해야 한다”면서 “사이버 공격은 ‘소리없는 핵폭탄’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한국이나 영국, 이스라엘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 사이버 공격은 더 치명적”이라고 했다. 특정 세력이 선거철 온라인 여론을 왜곡하거나 각종 정보를 조작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러시아의 개입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였다”면서 “사이버 공간은 개인의 사소한 정보부터 국가 또는 기업의 중요 정보까지 다 연결돼 있어 악용될 소지가 크다. 이걸 막아야 한다”고 했다.

파르도 전 원장은 군 출신으로 스물일곱이던 1980년 모사드에 들어간 이후 줄곧 첩보 작전 업무를 맡았다. 2011년 모사드 원장에 임명돼 이란 핵개발 저지를 위한 각종 침투 작전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지며 특히 모사드의 사이버 작전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