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도시가스
도시가스공사, 도시가스설비. 같은 나라에 살지만 시골가스는 없다. 똑같이 세금을 내고 선거권도 있으나 열외. 고유가 시대, 여기선 가스마저 천신을 못하고 살아. 풋고추, 매실장아찌, 찬밥에 물 말아 먹고 거기다가 찬물에 샤워까지 하면 여름에도 얼어죽어. 미숫가루와 얼음 두어 알이면 만족하지만, 무덥다고 찬물에 무작정 샤워를 했다간 심장마비로 꼴까닥. 물을 햇볕에 받아놓고, 고마운 해가 종일토록 데운 물로 목욕을 한다.
언제부터 동네에 동글납대대하게 생긴 친구가 돌아다니길래 나이를 물었더니 나랑 비슷. 명퇴하고 귀촌했다나. 엄니 산밭을 돌보며 한동안 눈에 보였어. 농협 유조차를 불렀는데, 요새 기름값이 얼마냐 물으며 한숨을 짓던 일이 엊그제. 그렁성저렁성 말벗이라도 될까 했지. 행방불명 안 보이길래 물었더니 다시 짐 싸들고 상경했단 소식. “호랑이 물어갈라고 그딴 데를 왜 도로(다시) 갔다요잉.” 내 아쉬움의 최대치 표현. 그는 편리한 도시가스 곁으로 가고, 나는 오늘도 찬물 등목.
경상도 사람이 서울 간 김에 고향 친구와 만나 지하철을 탔대. “와 아덜 쌔리삣네. 와이리 왈왈대노. 디끼 안 디끼?” “이누마야 귀퉁배기 쌔리불라. 오미 가미 지끼니끼 시끄랍지.” 서울 학생이 옆에서 듣다 한마디. “조용히 좀 하고 가시죠.” “이누마야 이 칸이 다 니 칸이가?” 서울 학생 곁에 있던 친구가 왈 “거봐. 내가 외국인이라 그랬지?” 사투리가 외국말로 들렸던 모양이다. 도시가스가 흐르는 서울을 아랫동네에서 올라가면 급기야 외국인이 된다.
오늘은 바람이 쬐끔이라도 불라나? 문을 열어놓고 바람과 소나기를 기도한다. 우와! 기도발 짱. 소원대로 번개가 치더니만 소나기가 세차게 후두둑. 비를 한번 맞아보고 싶어 마당에 우산도 없이 한참 서 있었다. 개들이 비 맞지 말고 얼른 들어가라며 컹컹. 도시가스 대신 촌놈 방귀가스는 건강하게 나오고, 이렇게 소나기로 샤워하면 됐지 뭘 바라. 오! 여름이 깊고도 깊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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