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김정은은 미국 믿었지만 시진핑이 北비핵화 방해”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2. 7. 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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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D-6

북한을 네 차례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2차 미·북 정상회담을 조율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김 위원장은 우리(미국)가 제시하는 것이 올바른 나아갈 길이라고 믿었지만, 사실상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이 그들(북한)을 움직이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방해했고, “이 문제(북핵)는 중국 공산당의 문제”라는 것이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오는 13~14일 ‘뉴 노멀 시대: 대전환의 열쇠를 찾아서’를 주제로 열리는 제13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공개할 대담에서 “어떤 면에서 북한 핵무기는 그저 중국 핵무기 프로그램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나 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 전에는 항상 (북한과) 중국 공산당의 만남이 있었다”라며 “김 위원장과 진지한 대화를 나눈 뒤 내가 (북한을) 떠나자마자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전화를 걸어 ‘그 국무장관과 그러기만 해보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적도 있었다”고 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그(김정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싶어하면서도 북한의 경제와 생계, 자신의 지속적 통치가 시진핑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또 “중국 공산당은 북한이 그들에게 중요한 완충 국가이며 미국의 정신을 분산시킬 도구를 제공해 준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북한의 핵무기를 막아내는 데 자원을 소모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라고 했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내던 2018년 3월 평양을 극비 방문해 김정은과 처음 만났던 폼페이오 전 장관은 “그는 가족을 암살하고, 권력 유지에 필요한 일이라면 뭐든 할 준비가 돼 있었다”며 “그런 점을 나와의 상호작용에서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단호하고, 미국에 뭔가를 내주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국무부 내에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믿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며 “내 느낌에는 김 위원장이 올바른 길을 가고 싶어했다. 2022년에 ‘왕따 국가’ ‘은둔 왕국’을 이끄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그는 알고 있었다”고 했다. 최근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도발을 계속하는 데 대해 폼페이오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2년 차 중반까지 했던 제재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며 “(강력한 제재가)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하도록 진정한 압력을 가했다”라고 했다.

재임 시절 중국에 대한 초강경책을 주도했던 폼페이오 전 장관은 중국이 “세계 모든 국가를 속국(vassal state)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 목표도 중국 공산당의 통치에 순종적인 속국을 만드는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 이런 일은 항상 자국에서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의 요구에 무릎을 꿇는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정치적, 경제적 강압이 있을 것이고 그 선택은 무릎을 꿇은 나라가 아니라 중국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재임 시절) 아시아·태평양과 관련된 사안을 생각할 때 항상 최우선 관심사였다”고 말했다. 그는 “양제츠, 왕이, 시진핑 같은 중국 공산당 당국자들과 만날 때면 마치 대만이 이탈해 나간 잔당 국가인 것처럼 ‘통일돼야 한다’는 (중국 측) 주장으로 모든 회담이 시작됐다”라며 “대만에 자국을 방어할 도구와 자원을 확실히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은 최근 출간한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폼페이오 전 장관이 “재선 후 우선 사항으로 하시죠”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전 장관은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하며 “주한미군은 미국민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자국민을 보호하는 데 있어 리더가 돼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도 “중국 공산당의 도전에 맞서려면 약점을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우리가 한국민이 필요로 하고 요청하는 지원을 계속 제공할 각오가 없다면 약점을 보이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이 6개월 만에 40㎏을 감량한 비법, 2024년 미국 대선 출마 여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대해 본지와 나눈 얘기는 13~14일 ALC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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