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잡는 폭염, 도쿄서 52명 사망… 中 허베이 44도, 伊 피렌체 41도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일주일간 일본 도쿄에서 52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했다고 아사히신문이 6일 보도했다. 이 기간 도쿄 도심의 최고기온은 매일 35도를 넘어섰고, 군마현 등 일부 지역은 40도를 기록하는 등 불볕더위가 이어졌다.
일본 전역에서 지난 한 주 1만4353명이 열사병으로 쓰러져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특히 열사병 사망자 중 상당수는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 여름을 나다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 당국은 주민들에게 더위를 참지 말고 냉방기를 가동하라고 알리고 있다.
올여름 폭염과 폭우 등 기상이변으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이탈리아 알프스의 돌로미티 산맥의 최고봉 마르몰라다 정상(해발 3343m)에서 빙하가 무너지면서 눈사태가 발생해 7명이 목숨을 잃고 14명이 실종됐다. 현지 당국자와 언론들은 지난달부터 이탈리아 전역에서 지속된 폭염의 영향으로 만년설과 빙하가 녹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사고 전날 정상 부근 온도는 영상 10도까지 올라간 것으로 관측됐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달 로마(39도), 피렌체(41도), 나폴리(37.5도) 등 주요 도시들이 월간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호주에서는 지난 2일부터 나흘간 최대 도시 시드니를 비롯한 동부 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곳곳이 침수되면서 주민 8만5000여 명이 긴급 대피에 나섰다. 현재 호주는 비가 좀처럼 내리지 않는 겨울철이지만 이례적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시드니는 올해 연간 최대 강우량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호주는 지난해 3월 이래 네 차례 큰 물난리를 겪으며 기상이변이 잦아지는 추세다.
북극과 가까운 미국 알래스카도 올여름 예년과 다른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알래스카에서는 올해 5월부터 현재까지 산불이나 들불로 약 9700㎢의 땅이 피해를 당해 역대 최악 수준의 피해 기록을 세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렇게 불이 많이 난 것은 가뭄, 고온과 함께 올 들어 유난히 잦은 번개의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1만7774건의 번개가 목격됐는데, 이는 2013년 관측을 시작한 후 48시간 내 번개 횟수로는 최고치다.
중국도 이상고온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기상대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전역 평균 기온은 21.3도로, 6월 온도로는 61년 만의 최고치였다. 특히 산둥·안후이·허난 등 8개 성의 경우 기상 관측 이래 6월 온도로는 최고치를 찍었다. 허난성과 허베이성 등 일부 지역은 44도 안팎까지 치솟았다.
각국 정상들은 이 같은 기상이변의 핵심 원인으로 기후 온난화를 꼽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돌로미티 눈사태 현장을 방문해 “이번 사태는 의심할 여지 없이 환경, 기후 상황의 악화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동부 지역 폭우와 관련해 “기후변화에 대한 장기적인 대처 방안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후 상승에 따른 기상이변은 되돌리기 어려운 추세라고 말한다. 이동근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기후는 비가역성이 있어서 과거로 갈 수가 없다”며 “매년 나빠지고 있어서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전까지의 자연재해가 시기나 지역이 국한된 단발성이었다면, 최근에는 농업 등 연관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복합 재해의 성격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기상이변이 이어질 경우 코로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촉발된 세계 식량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세계 2위 밀 생산국 인도는 올해 기록적 폭염으로 작황이 나빠지자 지난 5월 정부가 수출 금지 조치를 전격 발표해 곡물 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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