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63명 연판장·개딸들 항의..민주 경선案 결국 친명계 뜻대로
더불어민주당 신구 주류 갈등의 뇌관으로 떠올랐던 전당대회 룰(규칙)이 신주류로 대표되는 이재명 의원 측에 유리한 ‘전당대회준비위 원안’으로 하루 만에 복귀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기존 방식인 ‘중앙위원회 투표 100%’로 당대표 예비경선을 치르기로 한 ‘비대위 수정안’을 철회했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한 의원 60여 명이 ‘비대위 수정안’ 반대 서명을 내놓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서자 구주류 세력이 한발 물러선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당무위를 열어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일반 여론조사 30%를 반영하기로 한 전준위 원안을 그대로 의결했다. 다만 최고위원 예비 경선은 두 자릿수로 예상되는 후보군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의 어려움 등을 감안해 ‘중앙위 투표 100%’로 컷오프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비대위는 당대표·최고위원 선거 모두 중앙위 투표를 통해 컷오프를 결정하려 했으나 비대위·전준위 안을 혼합하는 형태로 일부 수정한 것이다. 비대위가 최고위원 선거에 도입하려 했던 ‘권역별 투표제’ 역시 스스로 철회했다. 비대위 결정에 반발해 전날 전준위원장직을 사퇴한 안규백 의원도 사의를 거둬들이는 등 일단 갈등은 하루 만에 봉합되는 분위기다.
표면적으로는 비대위와 전준위 아이디어를 혼합한 것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사실상 친명계 주장이 대폭 수용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친명계는 비대위 수정안이 알려진 전날 이에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리는 등 반대 여론 조성에 집중했다. 전날 밤까지 63명 의원이 연판장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의원 팬클럽인 이른바 ‘개딸’들도 항의의 뜻으로 민주당 당사 앞에서 수박을 깨는 항의 집회를 열고, 6일 삭발식을 갖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비대위 안은 이재명을 떨어뜨리기 위한 농간”이라고 주장했고, 일부 친명계 의원도 이를 부추겼다.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대위 결정을 백지화하기 위한 ‘전 당원 투표’를 요구했는데, 이 자리에는 ‘개딸’ 당원들도 참석했다. 대선 직후 입당한 30대 당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소설희씨는 “비대위 안은 당원들의 공감을 얻어내기 부족하고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원 6만2000명의 서명을 받은 전 당원 투표 청구를 비대위에 전달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우 위원장도 이날 오전 라디오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전준위안을 비대위가 수정할 수 있고, 당무위가 비대위 안을 수정할 수 있지 않나”라며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이재명도 컷오프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런 식의 음모론적 시각이 문제”라며 “대선 후보까지 하신 분이 컷오프되는 게 말이 되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룰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솔직하지, 이재명 고문을 왜 끌고 들어가나”라고 했다. 우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모두발언을 생략하고, 당무위 이후 일정도 전부 취소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친명계는 구주류인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과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가 합작해 신주류인 이재명 의원의 발목잡기를 시도한다고 보고 있다. 친명계 인사는 “우 위원장이 사실상 97그룹을 도와주기 위해 무리한 룰 변경을 시도했던 것 아니냐”고 했다.
처럼회와 친명계 의원들은 당무위 결정에 대해 “당원들의 승리”라고 치켜세웠다.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집회부터 전 당원 투표 서명운동까지 모두 다 당원들이 만들어주셨고 관철시켰다”고 했고, 장경태 의원도 “민주당이 당원 중심, 국민 우선 정당으로 혁신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더욱 힘을 다해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는 강경파 초선 의원들이 다수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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