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좇아 인구 대이동..미국 '레드 스테이트' 살아나

정원식 기자 2022. 7. 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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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집값 싸고 세금 낮은 곳으로 인력·기업들 몰려
경기 회복 15개주 중 11곳..플로리다·텍사스 등 세수 늘어

미국에서 공화당 우세 지역(레드 스테이트)이 민주당 우세 지역(블루 스테이트)보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경제 충격에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블루 스테이트의 인력과 기업들이 주택 가격이 저렴한 레드 스테이트로 대거 이동한 덕이다.

브루킹스연구소가 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2월 이후 레드 스테이트에서는 일자리가 34만1000개 늘어난 반면 블루 스테이트에서는 일자리 130만개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디스 애널리틱스가 각 주의 상품과 서비스, 고용, 신규 주택 매매 등 13개 항목으로 평가한 경제 정상화 지표에서도 최상위 15개 주 가운데 11개 주가 레드 스테이트인 반면 최하위 10개 주 중 8개 주가 블루 스테이트였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우편번호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한 미국인은 4600만명으로 201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가장 많은 인구가 유입된 주는 플로리다,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 등 레드 스테이트였다. 반면 인구가 가장 많이 빠져나간 주는 캘리포니아, 뉴욕, 일리노이 등 블루 스테이트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격차의 원인은 이념이 아니라 삶의 질과 관계 있다고 지적한다. 팬데믹으로 원격근무가 늘어나면서 주거지 선택이 자유로워진 블루 스테이트 대도시의 고학력·고임금 노동자들이 저렴한 주택, 더 나은 기후와 교통 환경, 더 적은 세금을 찾아 레드 스테이트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헤지펀드 시타델 등 일부 주요 기업도 세제 혜택 등을 이유로 본사를 레드 스테이트로 옮기고 있다.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4월부터 2021년 6월 사이에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10개 주는 인구가 가장 많이 빠져나간 10개 주에 비해 주택 가격이 평균 23% 저렴했다. 인구가 많이 유입된 주들은 개인 소득세 최고세율이 평균 3.8%였다. 플로리다, 텍사스, 테네시, 네바다 등 4개 주는 아예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반면 인구가 가장 많이 빠져나간 10개 주는 평균 세율이 8.0%였다.

레드 스테이트의 느슨한 방역정책도 인구 유입에 기여했다. 밴더빌트대와 조지아공대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중에는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등 규제가 강한 지역에서 느슨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레드 스테이트는 인구 이동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늘어난 재정을 예비비, 학교 증설, 교사 급여 인상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테네시주도 지난해 세수 증대로 8.6% 성장을 기록하면서 주립대 학비 동결, 교사 임금 인상, 주방위군 추가 고용 등을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팬데믹 이전 30년 동안 서부와 북동부 지역 대도시에 몰려든 대졸자들이 ‘지식 경제’의 원동력이 되면서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다른 지역은 낙후했으나 코로나19가 이 구도를 바꿔놓았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변화가 확고한 흐름으로 정착할지는 미지수다. 기업들이 원격근무를 줄이고 사무실 출근을 늘리고 있는 데다 지난달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대부분 레드 스테이트에서 임신중단을 금지하고 있는 것도 인구 이동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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