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 써놓고 또 박정희 기념사업

김현수 기자 2022. 7. 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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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구미시, 생가 내 추모관 규모 키운 승모관 건립 추진
하루 방문객 수백명 불과..시민단체 "지역경제부터 살려라"

경북도와 구미시가 올해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추가로 벌이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지역 시민단체가 비판하고 나섰다. 역대 최악의 재정 상황에서 또다시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지금까지 13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발단은 김장호 경북 구미시장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김 시장은 지난 1일 취임사를 통해 “세계적인 위대한 지도자셨던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숭모 사업을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좁은 추모관을 새롭게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또 빈약한 박정희 대통령 관련 사료 등을 보완해 제대로 된 역사자료관이 되도록 전면 개편하겠다”고 덧붙였다.

구미시는 박정희 생가 내에 있는 추모관의 규모를 키워 새로 짓는 방식으로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박정희 숭모관 건립 추진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다. 관련 예산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현재까지 총 132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박정희 추모관 등을 짓기 위한 생가 주변 공원화 사업비로 286억원,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새마을공원) 건립비 879억원, 역사자료관 건립 159억원 등이다.

이후 경북도·구미시는 새마을공원 내부 전시물 보강 공사에 50억원을 추가로 썼다. 해당 시설들의 인건비 등 운영비는 매년 25억원가량이 소요된다. 이와 별도로 올해 박 전 대통령의 기념사업에 수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있는 박 전 대통령 기념시설은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3월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을 찾은 방문객 수는 1만8810명이다. 하루 평균 209명이 다녀간 셈이다. 박 전 대통령 생가와 새마을공원의 하루 방문객도 각각 201명과 878명 수준이다.

특히 구미시의 재정 사정도 여의치 않다. 구미시의 부채는 경북 23개 시군 중 최고 수준으로 2019년 1854억원에서 2020년 2098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소폭 감소한 2065억원이다.

부채가 늘어난 이유는 2019년 3732억원에 달하던 지방세입이 지난해 2756억원으로 976억원이나 급감한 탓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대기업 생산공장들과 중소기업들의 수출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또 코로나19 긴급생계지원비, 소상공인 긴급대출 등 지출도 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구미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구미 경실련은 지난 4일 성명을 내 “시장은 구미경제를 살리고, 복지와 문화 정주여건을 개선하라는 시민의 여망을 받들어야 한다”며 “뜬금없는 박정희 숭모관 이슈화를 단칼에 차단할 것을 김장호 시장에게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구미시 관계자는 “시장님 공약사업으로 취임사에서 나온 것 말고는 구체적인 계획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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