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들, 이상민 '정치편승' 발언에 "명예훼손 고소하고 싶어"
"더 정치적..부정확한 정보"
'일선 경찰 입장 대변 못해'
윤희근 청장 내정자에 불똥
“지난 정권에서 임명됐던 치안정감들은 정치권력과 상당히 연관돼 있다는 세평을 들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5일 한 이 발언이 경찰 조직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문재인 정권과 유착한 것으로 지목된 전임 치안정감들은 물론 일선 경찰관들도 일제히 “모욕감을 느낀다”며 반발했다. 이 장관이 ‘전 정권 사람’ ‘야당 편승’ 등 규정으로 특정 인사들을 낙인찍어 경찰 조직을 갈라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퇴임한 치안정감 A씨는 6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싶은 심경”이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치안정감 인사 때 임기가 정해진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외한 치안정감 전원을 물갈이했다. 경찰 서열 2위 계급인 치안정감은 경찰청장(치안총감) 후보군이다. 새 정부가 경찰 친정체제 구축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왔다.
간부급 경찰들은 이 장관이 물갈이 인사의 근거로 ‘세평’을 언급한 점을 지적했다. A씨는 “(이 장관이 지난 치안정감 인사를 앞두고) 특정 인사와 가깝다는 이유로 ‘누구의 사람’이라는 식의 세평을 수집했다고 들었다”며 “부정확한 정보”라고 했다. 전임 정부에서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B씨도 “세평이야말로 굉장히 정치적인 것”이라며 “정보경찰 악용 우려도 다 그런 세평 활용에 있어 불거지는 것 아닌가. 근거도 없이 ‘그렇다고 들었다’라고 주장하는 게 장관이 할 소리냐”고 했다.
이 장관의 발언이 이달 말 신설될 행안부 경찰국의 역할을 암시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경찰국이 경찰 고위직의 세평을 수집해 인사에 활용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과거 공직자 인사검증 때 활용됐던 정보경찰의 세평 수집을 두고 ‘경찰의 정치화’ ‘불법사찰’ 논란이 끊이지 않았었다.
이 장관 발언의 여파는 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에게도 미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선 윤 내정자가 정권의 ‘경찰 장악’ 시도에 맞서 일선 경찰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윤 내정자는 전날 차기 경찰청장 임명 제청 동의 안건을 심의하는 국가경찰위원회 임시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경찰국 신설에 대해 행안부와 보조를 맞추면서도 현장의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자 경찰 내부망에선 윤 내정자의 발언에 항의하는 ‘댓글 삭제 릴레이’가 이어졌다.
행안부의 경찰 통제 시도를 두고 경찰 내부에선 갑론을박 양상도 보인다. 일부 경찰관은 경찰국 설치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며 “이런 모습은 또 다른 강제이고, 압력행사, 자유 박탈”이라고 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수십년 경찰에서 일했지만 이렇게까지 조직이 아수라장이 된 건 처음”이라고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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