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신규 확진 92만명, 한 달 새 2배.."팬데믹 종식은 착각"
3만명대 일본, 일주일 새 2배
올 가을·겨울 재유행 우려도
종식이 가까운 것으로 보였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심상치 않은 반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다시 치솟으며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1월 3600만명을 돌파하며 연내 최대치를 기록한 뒤 지난 5월 35만명대로 떨어지며 팬데믹의 종식을 알리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확진자 수는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신규 감염자 수는 92만명가량으로 한 달 전보다 약 2배가량 증가했다.
최근의 급증세는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5일(현지시간) 기준 20만6554명의 확진 사례가 나와 석 달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프랑스에선 지난 4월29일 21만7480명을 기록한 뒤 한 달 만에 1만명대로 떨어졌으나 최근 다시 빠르게 늘어나며 예전 수준에 가까워졌다. 이탈리아도 신규 확진자가 13만2274명 발생해 2월8일 이후 처음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아시아에서도 심상치 않은 재확산 조짐이 감지된다. 일본에서는 5일 3만618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일주일 전보다 두 배로 늘어났다. 중국은 시민들의 기본권까지 제한하는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도 감염을 막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는 이날 기준 398명(무증상 감염자 286명 포함)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안후이성에서는 지난달 26일 이후 집단 감염이 발생하며 최근 4일 동안 매일 200명대 감염자가 나왔다.
오세아니아에서는 호주가 이날 3만6560명의 확진자를 기록해 한 달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양상을 보였다. 멕시코도 지난 3일 기준 2만4610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두 달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확산세가 다수의 대륙에서 감지되자 WHO와 각국 보건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끝나고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4와 BA.5 변이가 110여개국에서 확산세를 주도하고 있다”며 “전 세계 확진자·사망자 수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에도 6개 WHO 지역 중 3개 지역에서는 사망자가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확진자 증가세를 주도하는 BA.5 변이의 경우 전파력이 강하고 기존 면역을 회피하는 특성이 있어 돌파 감염이나 재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백신 접종자들도 접종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면역이 약화되는 시점이 왔기에 감염에 취약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각에선 심리적인 요인과 계절적인 요인도 지목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 규제가 대부분 해제돼 경각심이 낮아졌고, 여름철 더위로 환기가 어려워진 점도 바이러스 전파에 좋은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재확산세가 심해지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종식이 단지 희망 사항에 불과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완전 종식 없이 계절마다 반복되는 양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가을이나 겨울에 본격적인 재유행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국가들은 재유행에 대비한 방역 정비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관광산업 지원 정책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내년 3월까지 연장 운영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줄 것을 의회에 촉구했다.
일각에선 오미크론 하위 변위인 BA.4와 BA.5를 겨냥한 백신 개량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이 작업은 아직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주 미국 식품의약국(FDA) 회의에선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량 중인 백신의 공급 일정이 올해 10월보다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변이를 막아줄 새 백신이 빨리 보급되지 않으면 재확산세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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