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급락·달러 초강세 '물가 정점' 아닌 '경기침체' 신호로

이윤주 기자 2022. 7. 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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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100달러 밑돌고 달러화 가치 20년 만에 최대 상승
미 국채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 역전 등 지표도 우려 뒷받침
언제까지 내릴까 코스피 2300선이 무너진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주식 종가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6.0원 오른 1306.3원을 기록했다. 문재원 기자

경기침체 공포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두 달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밑돌았고, 달러화 가치는 약 2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경기 둔화로 수요가 꺾일 것이란 전망에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진 영향이다. 원자재값 하락이 물가 변곡점으로 해석되기보다는 경기 둔화 신호로 더 크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8.2%(8.93달러) 떨어진 99.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5월11일 이후 거의 두 달 만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중에도 유가가 크게 내려간 것은 향후 경기 침체 내지 둔화로 에너지 수요가 함께 위축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원유뿐 아니라 금속을 비롯한 각종 원자재와 곡물의 선물 가격이 이날 대부분 4% 이상 급락했다. 이날 주요 원자재 선물의 하루 가격 하락폭을 보더라도 가솔린(-9.7%), 옥수수(-4.8%), 대두(-5.7%), 아연(-4.0%) 등 대부분의 낙폭이 컸다. 금 선물 가격 역시 온스당 2.1% 하락한 1763.9달러를 나타내 올 들어 가장 낮은 가격을 보였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고공행진하는 물가가 정점을 찍고 앞으로 안정세를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미국 ISM 제조업지수 중 공급자 배송지수가 큰 폭 하락하고,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대중 고율 관세를 인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공급망 차질을 완화시킬 수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현 상황은 물가 정점보다는 경기 둔화를 더 걱정하고 있다.

이제부턴 내릴까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고공 행진을 하던 국제유가가 급락한 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급 차질 요인들은 서서히 완화되는데, 수요에 대한 기대심리는 악화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경기침체 가능성을 시사하는 지표로 여겨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CNBC에 따르면 이날 낮 2년물 미 국채 금리가 2.792%로 10년물 미 국채 금리 2.789%를 역전했다. 통상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데,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면 경제 활동이 둔화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는 사이 달러화 가치는 역대급으로 치솟았다. 이날 엔화와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등 세계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매긴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1.3% 오른 106.51까지 올라 2002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고점을 기록했다. 달러화는 통상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일본 엔화 및 스위스 프랑화와 비교해서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유로화 가치는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지역으로, 에너지 공급난이 심화하고 있다. 에너지 수출국인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날 유로화는 달러당 1.03유로를 기록해 달러화와 유로화 가치가 등가를 나타내는 패리티에 근접했다. 국제금융센터는 “향후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강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 등을 고려하면 달러화 강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전망기관들은 주요국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고물가는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 대응을 위해 통화정책을 급격히 긴축으로 선회하면서 경기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1.6%를 기록했고, 미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실시간으로 제시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의 ‘GDP 나우’ 예측 모델은 올해 2분기 성장률도 -2.1%로 전망했다.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사실상 침체 국면에 진입하는 것이다. 유로존 역시 에너지 수급난이 심각해지면서 물가 상승, 산업생산 차질 등에 전방위로 악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서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분위기여서 아직 반등을 확신하기 어렵다. 노무라증권 등은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로 재확산 시 봉쇄 위험이 남아 있다”고 봤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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