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폭염, 사람 잡네.. 日 도쿄서만 일주일새 52명 사망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2. 7. 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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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허난성 44도·伊 피렌체 41도
호주는 이례적 '겨울 폭우'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일주일간 일본 도쿄에서 52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했다고 아사히신문이 6일 보도했다. 이 기간 도쿄 도심의 최고기온은 매일 35도를 넘어섰고, 군마현 등 일부 지역은 40도를 기록하는 등 불볕더위가 이어졌다.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고대 유적 콜로세움을 찾은 한 여성이 생수로 목을 축이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례적인 고온과 강우 부족으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호주에서는 지난 2일부터 나흘간 최대 도시 시드니를 비롯한 동부 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곳곳이 침수되면서 주민 8만5000여 명이 긴급 대피에 나섰고, 군 병력까지 배치됐다. 현재 호주는 비가 좀처럼 내리지 않는 겨울철이지만 이례적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시드니는 올해 연간 최대 강우량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올여름 폭염과 폭우 등 기상이변으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의 돌로미티 산맥의 최고봉 마르몰라다 정상(해발 3343m)에서 빙하가 무너지면서 등반객을 덮쳐 7명이 목숨을 잃고 14명이 실종됐다. 베트남에서는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전기 수요가 치솟으면서 지난 5일 수도 하노이의 주요 지역에서 전기가 끊겨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틀 전 무너져 내리며 난 눈사태로 최소 7명의 사상자를 낸 이탈리아 푼타 로카 빙하 정상의 모습. /AFP 연합뉴스

기상 전문가들은 기후 온난화로 지구촌 각 지역에서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기상이변이 더욱 빈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런 기상이변이 지속할 경우 식량 수급 체계에도 타격을 입혀 기존의 공급난과 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알프스의 일부인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 산맥은 만년설이 만들어내는 수려한 풍광으로 등반객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 명소다. 정상인 마르몰라다봉의 빙하는 수려한 설경 때문에 ‘돌로미티의 여왕’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지난 4일 정상 근처에서 빙하가 무너지면서 시작된 눈사태로 21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현지 당국자와 언론들은 지난달부터 이탈리아 전역에서 지속된 폭염의 영향으로 산 정상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사고 전날 정상 부근 온도는 영상 10도까지 올라간 것으로 관측됐다. 현지 기상 전문가들은 이미 사고 징후가 여러 건 있었다고 전했다. 알프스 아드리아 기상학회는 “수주 전부터 평균을 웃도는 이상고온으로 빙하 아래가 녹아 물이 내려가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달 로마(39도), 피렌체(41도), 나폴리(37.5도) 등 주요 도시들이 월간 최고기온을 경신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6월 29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일본 도쿄의 한 공원에서 한 남성이 나무그늘아래 누워 더위를 식히고 있다./AFP 연합뉴스

일본에서는 연일 이어진 폭염으로 인한 사망과 병원 후송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본 전역에서 지난 한 주 1만4353명이 열사병으로 쓰러져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특히 열사병 사망자 중 상당수는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 여름을 나다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 당국은 주민들을 상대로 더위를 참지 말고 냉방기를 가동하고, 목이 마르기 전 자주 수분을 섭취할 것 등 기초적 대응 수칙까지 알리고 있다.

호주에서는 최대 도시 시드니를 비롯한 동부에 쏟아진 폭우로 정부가 비상 대응에 나섰다. 시드니에서만 주민 5만명에 대해 긴급 대피령이 떨어졌다. 시드니 근교의 댐과 저수지가 잇따라 범람해 주택가가 침수되면서 구조 요원들이 보트 등을 동원해 주민들을 실어날랐다. 호주는 지난해 3월 이래 네 차례 큰 물난리를 겪으며 기상이변이 잦아지는 추세다.

5일 집중호우로 침수된 호주 시드니 인근 윈저에서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호주는 최근 폭우로 인해 가옥 수백 채가 침수됐다./AP 연합뉴스

북극과 가까운 미국 알래스카도 올여름 예년과 다른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알래스카에서는 올해 5월부터 현재까지 산불이나 들불로 약 9700㎢의 땅이 피해를 당해 역대 최악 수준의 피해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렇게 불이 많이 난 것은 가뭄, 고온과 함께 올 들어 유난히 잦은 번개의 영향도 있었다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전했다. 실제로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1만7774건의 번개가 목격됐는데, 이는 2013년 관측을 시작한 후 48시간 내 번개 횟수로는 최고치다.

중국도 이상고온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기상대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전역 평균 기온은 21.3도로, 6월 온도로는 61년 만에 최고치였다. 특히 산둥·안후이·허난 등 8개 성의 경우 기상관측 이래 6월 온도로는 최고치를 찍었다. 허난성과 허베이성 등 일부 지역은 44도 안팎까지 치솟았다.

각국 정상들은 이 같은 기상이변의 핵심 원인으로 기후 온난화를 꼽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돌로미티 눈사태 현장을 방문해 “전례가 없는 이번 사태는 의심할 여지 없이 환경, 기후 상황의 악화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동부 지역 폭우와 관련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대처 방안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후 상승에 따른 기상이변은 되돌리기 어려운 추세라고 말한다. 이동근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기후는 비가역성이 있어서 과거로 갈 수가 없다”며 “매년 나빠지고 있어서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온이 상승하면 기압 등 다른 것에 영향을 미쳐 태풍과 폭염, 폭우, 가뭄 등 이상기후가 닥칠 확률이 커지고 주기도 잦아진다”고 말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전까지의 자연재해가 시기나 지역이 국한된 단발성이었다면, 최근에는 농업 등 연관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복합재해의 성격이 강해져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염과 폭우가 지구촌 다른 지역에서도 이어질 경우 코로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촉발된 전 세계 식량난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세계 2위 밀 수출국인 인도는 3월부터 시작된 기록적 폭염으로 생산량이 급감하자 지난 5월 정부가 수출 금지 조치를 전격 발표해 국제 밀 공급망이 일대 혼란에 빠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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