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첫 필즈상' 허준이 "'수포자' 아니었다. 수학 굉장한 만족감으로 중독성 있었다"

양다훈 2022. 7. 6. 20:3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6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수상기념 화상 브리핑에서 한국 기자들과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소감을 전했다.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허 교수는 동료학자들과 함께 연구하는 즐거움을 말했다.

허 교수는 필즈상 수상에 대해 "수상 소식은 올해 초에 처음 들었다"며 "(밤에) 국제수학연맹(IMU) 회장님이 (전화를) 요청해 필즈상 말씀을 하시려는 건가 하고 기대를 안고 받았는데 (수상이) 맞았다"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허 교수 "평소 집안일 청소하며 똑같은 일상"
"아내에게 말하니 '그럴 줄 알았어' 라고 해"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필즈상 수상 언론 브리핑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39) 프린스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KIAS) 석학교수가 인터뷰를 통해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아니었고 수학은 굉장한 만족감을 줘서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6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수상기념 화상 브리핑에서 한국 기자들과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소감을 전했다.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허 교수는 동료학자들과 함께 연구하는 즐거움을 말했다.

허 교수는 “우리 하나하나가 생각의 그릇일 때 그 안에 있는 물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 물이 떨어져 전체 물(의 양)이 줄어들 것 같지만 옮길 때마다 물의 양이 늘어나게 된다”며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난해한 구조를 이해할 준비가 된다”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혼자 하는 것보다 다른 동료들과 함께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멀리 갈 수 있고 깊이 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수학이 역사적으로 발전해오면서 크게 여러 줄기로 나뉘어서 하나하나가 독립적 발전을 했다”며 “서로 다른 연구 분야를 충분히 깊이 연구하다 보면 인간의 눈으로 보기엔 논리적 인과관계가 없는 수학적 대상 사이에 동일한 패턴이 보이는 게 관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이런 종류의 동일성이, (서로) 무관해 보이는 구조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지 이유를 밝혀내는 것에 약간이나마 공헌한 것이 제 연구의 대부분”이라고 했다.

본인을 한국에서만 교육을 받은 국내파라고 소개하면서 그는 “초·중학교 때 한 반에 40∼50명씩 있는 다양한 친구들과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좋기도 싫기도 했지만, 그때만 할 수 있었던 경험은 지금의 저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됐다”고 회상했다.

국내 고교 수학에 대해 “굉장히 재미있어했고, 열심히 했고, 충분히 잘 했다”며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창 시절 과목 중 하나인 수학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정을 못 붙였지만 게임 퍼즐 등 논리적 사고력을 요하는 종류의 문제에는 자연스럽게 끌렸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어렸을 때 수학에 흥미가 있었지만 가장 열정이 많았던 분야는 글쓰기였고, 그중에서도 시를 쓰는 삶을 살고 싶었다”며 “타고난 글쓰기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어 무엇을 하면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적당히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이 재밌어 과학저널리스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해 (학부를) 그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물리·천문학과에 진학했다”며 “대학교 3, 4학년에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학업을 쉬다가 우연한 기회에 수학 수업을 들으며 수학의 매력을 처음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어 “(서울대에 초빙된) 헤이스케 히로나카 선생님의 대수기하학을 들으면서 완전히 빠져들었고, 그 상태로 지난 십수년간을 (수학자로) 살아왔다”고 했다.

허 교수는 필즈상 수상에 대해 “수상 소식은 올해 초에 처음 들었다”며 “(밤에) 국제수학연맹(IMU) 회장님이 (전화를) 요청해 필즈상 말씀을 하시려는 건가 하고 기대를 안고 받았는데 (수상이) 맞았다”고 했다. 이어 “밤이라 아내를 깨울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깨웠는데, 아내는 ‘그럴 줄 알았어‘라고 말하고 바로 다시 잤다”고 덧붙였다.

또한 “저는 특별한 취미는 없고 종일 수학 연구를 하기에는 지구력이 조금 떨어져 4시간 정도만 집중한다”며 “집안일을 하고 청소하며 그렇게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낸다”고 말했다.

끝으로 “살아오면서 복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어려움을 마주쳤을 때 배워야 하는 것이 다르고 필요한 것이 다른데 필요할 때 필요한 것을 가르쳐줄 수 있는 선생님을 반복해서 만났다”며 “영웅이라 생각하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모두 저에겐 롤모델”이라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