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굴삭기 기사의 죽음, 산업재해 은폐하려 했나?
[뉴스데스크] ◀ 앵커 ▶
산업현장에서의 죽음을 막기 위해 만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6개월.
그 사이 산업재해로 사망한 사람은 259명입니다.
하지만 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죽음들도 많습니다.
심지어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119 신고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뉴스데스크는 오늘부터 산업재해를 감추는 노동 현장을 연속 고발합니다.
먼저 오늘은 28살 청년의 죽음을 재조명합니다.
차주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남 거제시의 작은 섬 이수도.
작년 6월 19일, 둘레길 공사를 하던 1.7톤 굴삭기가 넘어졌습니다.
운전자 28살 노치목 씨는 몸이 깔렸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습니다.
[정승환/119 구급대원] "(위급한 상황이라는 거 전혀 모르고 가셨어요?) 배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저희 전혀 몰랐습니다."
사고가 난 토요일은 전날 내린 비 때문에 지반이 불안했지만, 공사는 강행됐습니다.
신호수도, 안전 장치도 없었습니다.
법원은 현장소장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죄를 물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이게 다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산업재해 은폐 시도가 있었다는 겁니다.
[최경옥/故 노치목 씨 어머니] "시간을 소비하지 않고 119에 정상적으로만 신고가 되었더라면 후송이 되어서 치료를 하지 않았을까."
당시 119 신고 녹음입니다.
처음 신고한 작업자는 공사하다가 난 사고라는 사실도, 굴삭기 얘기도 모두 쏙 빼놨습니다.
[작업자 119 신고] "(119입니다.) 여기 이수도인데, 굴렀거든요." "(넘어지신 거예요? 아니면) 굴렀어요. 굴렀어요. 산에서 굴렀어요."
사고가 난 곳도 공사현장이 아니라, 섬의 정반대쪽 전망대라고 엉터리로 신고했습니다.
[작업자 119 신고] (이수도 어디 쪽으로 가면 됩니까?) "전망대 올라가는 입구에요."
응급실에서도 작업반장은 산책하다 난 사고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해경 조사관] "포크레인도 안 했고 그냥 산책하다 그런 것 같다면서. '공사 중에 그랬습니다' 하면 저희가 더 세세하게 물어봤을 텐데 그런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의사에게는 신분도 속였습니다.
[응급실 의사] "관계가 어떻게 되시냐니까 동생이라고 하더라고요. '책임자 연락해 놓을게요' 이러더니 그다음에는 사라져버린 거야."
왜 거짓말했냐고 물었더니, 두 사람 다 '너무 당황해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유족들은 산업재해를 감추기 위해 자기들끼리 수습하려다 신고가 늦어진 거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최경옥/故 노치목 씨 어머니] "내 새끼 억울하게 너희가 죽였다. '왜, 왜 죽였니' 하면서 내가 막 거기에서 통곡을 했지요. '신고만 똑바로 했으면 애가 살았을 건데, 왜 그랬냐'라고.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더라고요."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나도 119에 신고하지 않는 건 흔한 일입니다.
119 기록이 남으면 산업재해로 처벌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익찬/산재 전문 변호사] "특히 골든타임은 이제 분초를 다투는 경우가 많은데 사고 시간을 바꾸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고, 사고 경위를 바꾸는 경우도 너무 많이 있습니다."
유족들은 산재 은폐를 시도한 혐의로 회사 대표와 현장 책임자를 고소했습니다.
경찰은 MBC 취재가 시작된 이후, 고소 열 달만인 지난주에 유족들을 불러 조사했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이상용/ 영상편집: 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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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이상용/ 영상편집: 고무근
차주혁 기자 (ch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85643_357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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