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발언, 낙마해도 담담" 송옥렬 후보자에 지명 철회 요구 확산

조현호 기자 2022. 7. 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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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원장 후보, 8년전 서울대 로스쿨 제자에게 "넌 외모가 중하, 넌 상"
"이걸로 낙마돼도 담담해, 나보다 나은 후보자 많아"
민주 "당장 지명철회하라"
국민의힘 "능력과 전문성 기준엔 미달 안돼"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8년 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시절 제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되어 어려울 것 같다고 고사했다며 이 문제로 낙마해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특히 본인도 큰 문제로 여기는 흠결을 알면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강행했다는 점에서 인사 선정 기준에 심각한 흠결이 나타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송 후보자는 지난 5일 오후 공정위원회 출입기자들과 기자간담회에서 8년 전 성희롱 발언 사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같이 답했다. 2014년 8월28일 로스쿨 교수들과 만찬에서 송 후보자는 학생들에게 폭탄주를 돌리더니 자신과 같은 테이블에 앉은 학생들에게 돌연 “넌 외모가 중상, 넌 중하, 넌 상”이라는 식으로 품평했다는 당시 동아일보 보도 내용이 대부분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송 후보자는 “신문에 나온 팩트 대부분은 맞는다. 그것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제가 그렇게 교수로서 편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관리를 잘 못해 여러 가지로 모자란 점이 많다. 모자란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두고 송 후보자는 “급하게 취해서 만취 상태였다는 것에 후회가 많이 된다. 너무 만취 상태에서 아무 얘기나 하게 (됐다). 그 결과 불행한 일이 계속 생겼다. 몸둘바를 그때도 몰랐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밝혔다.

송 후보자는 다만 “다음날 학생들과 얘기하면서 사과를 그때 진실되게 했던 것 같다. 그 사과는 진심이었다”며 “학생들과 교수가 화해해 크게 문제를 안삼는 쪽으로 가자고 했기 때문에 학장단에서 특별히 조치가 없었다. 그 일에서 5~6년 동안 벗어나지 못했다. 학생들과 대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송 후보자는 이 문제가 공직후보자 자격에 맞지 않다고 스스로 여기고 있었다는 설명도 했다. 그는 “이 문제는 제가 위원장을 제의 받았을 때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고, 공정위 업무를 잘할 자신도 없을 뿐 아니고 이 문제가 걸려서 처음부터 '이문제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며 “그때 사정을 인사 검증 과정에서 충분히 얘기했다”고 전했다. 송 후보자는 “그것 때문에 자격이 없다거나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사실 저는 담담하게 받아들이자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것이 커져서 '이건 아니다'라면 저는 낙마, 그런 부분까지도 생각하고 있고, 드릴 말씀이 없다. 너무 죄송하고, 지금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8년 전 성희롱 발언 문제로 낙마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시인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낙마까지 고민했는데도 공정거래위원장을 해야 하는 이유가 뭐냐는 채널A 기자 질의에 송 후보자는 “제가 해야만 공정위가 잘 된다는 그런 것은 없다”며 “저는 공정위와는 약간 떨어진 인생을 살았고, 공부하는 영역도 약간 거리가 있는 영역에서 대기업 재벌의 지배구조를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보다 공정위 잘 이끌 분들 많이 있고, 그 분들이 하시면 더 좋을 것 같다”며 “제가 하게 된다면, 낮은 자세로 여러분들의 얘기를 듣고 경청해서 공정위 직원분 사기를 북돋우면서 사명감을 갖고 일하겠다”고 해명했다.

이 사건은 동아일보의 박근혜 정부 시절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2014년 9월4일자 12면 기사 '[단독]검사장-판사 추문 이어 이번엔.. 로스쿨 교수가 女제자 성희롱'에서 이 내용을 전하면서 로스쿨 교수들과 1학년생 100여명이 학교 인근 식당에서 가진 저녁식사 자리에서 송 후보자가 폭탄주를 돌린 뒤 학생들에게 문제의 품평 발언을 했고, 특히 한 여학생을 향해서는 “오, 이효리다. 이효리 어디 갔다 왔어? 너 없어서 짠(건배) 못했잖아”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그의 이런 행동을 보다 못한 동료 교수가 그를 제지하자 손으로 뺨을 치기도 했다”고 썼다.

이에 야당에서는 즉각 지명철회하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성비위 논란이 있는 후보 공정거래위원장 지명을 두고 “더 놀라운 사실은 대통령실이 이미 송옥렬 후보자의 과거 성비위 발언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라며 “교수가 제자에게 입에 담기 민망할 성희롱 발언을 했는데, 사과했으니 별 문제 없다는 인식은 충격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성비위로 징계성 처분을 받은 윤재순 총무비서관도 대통령 측근으로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의 이 정도 발언은 아무 문제 없다는 말이냐”며 “전문성 면에서도 친재벌 대기업 성향의 상법 전공자로서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 폐지를 주장하고 재벌에 대한 규제완화를 주장해와 불공정 거래 규제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더 늦지 않게 송후보 지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동아일보 2014년 9월4일자 12면.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국민 눈높이에는 안맞는 후보가 있어도 인사 기준이 능력과 전문성 면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두둔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장관 후보자 인선 가운데) 일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장관 인사는 과연 어떠했느냐”고 반문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인사 대원칙은 능력과 전문성”이라며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의 후보자 중 능력과 전문성이 모자란다고 밝혀진 인물이 있었나? 윤석열 정부 스스로 정한 인사 기준에 미달하는 후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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