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박지원 전 원장 고발한 국정원..전 정권 사정정국 신호탄

이효상 기자 2022. 7. 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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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6일 서훈·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을 두고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 사정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발 주체가 국기기관인 국정원인 점, 국정원 실세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검사 출신인 점, 고발에 앞서 국정원이 자체 조사를 벌인 점 등이 관측의 근거로 거론된다. 최근 잇달아 단행한 인사로 체제 정비를 마무리한 검찰에게 구체적인 수사의 좌표를 찍어주었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두 전직 원장 고발은 두 건의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박지원 전 원장에 대해선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첩보보고서 무단 삭제 혐의(국정원법 위반,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죄)를 걸었다. 서훈 전 원장에게는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국정원법 위반, 허위공문서작성)를 적용했다.

국정원은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두 전직 원장을 고발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자체 조사를 통해 혐의를 의심할 만한 정황을 확보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설명이다. 국정원 실세로 불리는 조상준 기조실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특수통 검사 출신인 조 기조실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형사부장으로 보좌했다.

더구나 두 사건은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정치쟁점화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일단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면 우리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되는데 북송시킨 것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의아애하고 좀 문제제기를 많이 했는데 한 번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국정원의 두 전직 원장 고발을 두고 정권 핵심부의 의중에 따른 ‘준비된 고발’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검찰청은 국정원의 고발 사건을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2020년 서해상에서 피살된 공무원 고 이대준씨의 유족을 상대로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검찰이 앞서 고발된 사건과 국정원이 새로 고발한 사건을 병합 수사하기 위해 특별수사팀을 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수사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 뻗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씨 유족은 해경이 이씨 피살 직후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취지의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당시 청와대의 지침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검찰은 청와대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청와대가 해경과 주고받은 보고서·지휘서 등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열람하려 할 공산이 크다. 박 전 원장이 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당시 국정원 보고서 생산 과정과 내용, 삭제 여부 등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서훈 전 원장에 대한 수사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 뻗을 가능성이 있다. 국정원은 서 전 원장이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한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가 있다고 했다. 검찰은 서 전 원장의 혐의를 살펴보면서 당시 청와대의 지침이 있었는지도 확인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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