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조선업계, 상반기 수주 점유율 45.5%.. 4년 만에 '1위' 탈환

박세준 2022. 7. 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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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만CGT 수주.. 43% 머문 中 제쳐
고부가·친환경선박 발주 증가 영향
LNG선 10척 중 7척 한국이 '독식'
한국조선해양, LNG선 3척 해지
6196억→9423억 가격 높여 재계약
10년 만에 다시 맞은 조선업 호황
원자재 상승·인력난에 우려도 커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선. 한국조선해양 제공
한국 조선업계가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절반 가까이를 휩쓸며 4년 만에 수주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10척 중 7척꼴로 국내 조선사가 싹쓸이하듯 수주를 해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가 상반기 세계 발주량 2153만CGT(표준선 환산톤수) 중 45.5%에 해당하는 979만CGT를 수주하며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상반기 기준 수주실적 세계 1위에 올랐다. 2위 중국은 935만CGT(43.4%)를 수주했다. 올해 상반기 수주 실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이연 수요로 선박 발주가 급증했던 지난해 상반기(1084만CGT)를 빼면 2011년 이후 최고 실적이다.

한국 조선업은 최근 중국이 가격경쟁력에서 강점을 보유한 저가 선박 대신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수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 가스관 운영이 중단되면서 LNG 운반선 수요가 급증했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해운 운임 강세로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덕분에 올 상반기 고부가가치 선박의 세계 발주량 1114만CGT 중 62.1%에 달하는 692만CGT를 국내 업체가 수주했다. 특히 LNG 운반선의 경우 전체 발주량 768만CGT 중 70%가 넘는 544만CGT를 국내 조선사들이 따냈다.

LNG는 액체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영화 163도 이하의 극저온 탱크에 보관해야 한다. LNG 운반선 내부 탱크의 온도가 조금이라도 높아지거나 작은 결함이라도 생기면 곧장 폭발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정성 측면에서라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국내 조선사들로 일감이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LNG 운반선 발주가 늘면서 국내 조선사가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더 높은 가격으로 재계약하는 사례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월과 7월에 라이베리아 선사와 계약한 LNG 운반선 3척의 계약 상대와 금액, 기간이 변경됐다고 이날 공시했다. 계약 상대가 오세아니아 선사로 바뀌고 수주금액도 6196억원에서 9423억원으로 3227억원 증가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된 환경규제도 국내 업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벙커유나 경유 대신 LNG나 메탄올 등을 연료로 쓰는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도 우리 기술력이 중국을 압도하고 있어서다. 올 상반기 국내 조선사의 친환경 선박 수주량은 798만CGT로, 세계 발주량의 58.2%에 달했다. 국내 업체 수주량 중 친환경 선박의 비중은 80%를 넘었다.

국내 조선업체의 지난달 기준 수주잔량은 3508만CGT로 1년 전보다 28.2% 증가했다. 업체별 수주잔량도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의 순으로 국내 업체들이 1위부터 4위까지 휩쓸었다.

한국 조선업이 10년 만에 호황을 맞고 있지만, 조선업계의 속내는 편치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원유와 후판 등 원자재 가격도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지난해 선박 발주량이 대폭 늘었지만, 상승세는 둔화하고 있다. 선박 제작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후판은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올 상반기까지 3차례 연속 가격이 오르면서 2020년 대비 2배로 뛰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이 글로벌 경기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는 업종이라 몇 차례 구조조정을 거치며 이제 신규 인력이 거의 유입되지 않고 있다”며 “‘역대급’ 수주액을 올려도 일할 사람이 없어 납기를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라, 이번이 한국 조선업의 마지막 호황이 되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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