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외교수장, 8개월 만에 만난다

G20 외교장관회의서 회담 예정
우크라·대만 문제 등 논의 전망
블링컨, 러와 별도 회동 없을 듯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해 10월 말 G20(주요 20개국) 이탈리아 로마 정상회의 계기에 만나 서로 바라보고 있다. 두 사람은 7∼8일 G20 외교장관회의(인도네시아 발리) 무대에서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다. 로마=AF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외교 수장이 G20(주요 20개국) 외교장관회의(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대면할 예정이어서 중국을 체계적 도전으로 명시한 전략개념을 채택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후 한층 대립이 격화한 양국 사이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미국 국무부는 5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6∼11일 인도네시아 발리와 태국 방콕을 순방하면서 G20 외교장관회의 계기에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난다고 발표했다.

두 사람의 대면 회동은 지난해 10월 말 이탈리아 로마 G20 정상회의 계기의 회담 후 8개월여 만이다. 두 사람은 지난 3월을 포함해 수차례에 전화 통화로 현안에 대한 자국 입장을 교환한 바 있다.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의 이번 회담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권 문제, 동·남중국해 문제, 대만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이 논의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고율 관세 인하 방침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경제 분야에서의 논의도 관심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중국 관세 관련 논의 진행 상황을 묻는 말에 “선택지를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미·중 외교장관회담과 관련, “중국과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외교를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적 과제”라면서 “양국 간의 경쟁이 오판이나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가드레일(안전장치)도 논의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후 변화, 글로벌 보건 등과 같은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G20 외교장관회의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참석하지만 블링컨 장관과의 별도 회동은 없을 전망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6일 미·중 외교수장 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중국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견제에 나섰다. 신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인플레이션 등 경제적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의 도움을 구하고 있지만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협상 카드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무부 산하 국제시장연구소 바이밍(白明) 부소장은 신문에서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이 단기적으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 소비재에 대한 징벌적 관세를 일부 조정할 수 있지만 동시에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베이징=박영준·이귀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