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땀 맺힌 어부 밥상과 광부의 도시락

손봉석 기자 2022. 7. 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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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공



우리는 밥을 먹기 위해 일을 하고, 또 일하기 위해 밥을 먹는다. 정성껏 차린 집밥과 달리 땀 흘린 뒤에 먹는 ‘일밥’은 생존을 위한 한 끼이자 꿀맛처럼 찾아오는 잠깐의 휴식이다.

오는 7일 오후 7시 40분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밥심으로 고단한 하루를 이기게 해줬던 ‘땀 맺힌 밥상’을 만나본다.

전국 멸치 60%가 잡히는 부산 기장군의 대변항. 추운 가을, 겨울을 빼고 이 항구에서 연일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있다. 바로 ‘멸치 후리는 소리’다. 가장 고된 작업으로 꼽히는 뱃일, 그중에서도 멸치잡이는 힘들기로 유명하다.

KBS 제공



장장 2km 그물에 박혀있는 멸치 하나하나를 ‘털어서’ 빼내야 하기 때문이다. 다 같이 박자에 맞춰 그물을 터는 작업만 세 시간, 다리는 후들거리고, 손에도 감각이 없어질 지경이다. 대변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는 ‘어야라, 차이야’는 멸치 후리는 소리다. 평생을 멸치와 함께 해 온 대변 사람들의 땀이 담긴 ‘멸치 음식’을 만나본다.

강원도 태백시, 그곳에 잊을 수 없는 일밥이 있다. 바로 캄캄한 지하 막장에서 먹었던 밥이다. 까만 탄가루가 하얀 밥 위에 쏟아지면, 그걸 조금 덜어내고 그 위에 김치를 얹어 한 끼를 해결했었다. 그렇게 하루 일을 끝내고 햇빛을 보는 순간 ‘오늘도 살았구나’ 하며 그제야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수 있었다.

그 시절 태백 광부들이 즐겨 찾았던 것은 탄가루를 씻어주는 삼겹살 집과 물닭갈비 집이다. 태백에만 있는 물닭갈비는, 보통의 닭갈비와 다르게 국물이 있어 술술 넘기기 좋은 음식이었다. 광부의 애환을 풀어줬던 그 음식은 과연 어떤 맛일까.

KBS 제공



모내기 철은 일 년 중 가장 바쁘고 힘든 시기였다. 기계가 없던 시절에는 서로 힘을 모아 이집 저집 돌아다니면서 모를 심어주곤 했다. 증평에 있는 질벌마을도 마찬가지였다. 모내기 철이 되면 아낙네들은 수십 명의 일꾼들이 먹을 새참을 만들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야 했다.

충청도 지역에서 모내기 밥으로 가장 많이 냈던 음식은 ‘아욱국’이었다. 점심에는 아욱국으로 먹고, 저녁에는 여기에 국수를 넣어 ‘아욱칼국수’로 두끼를 해결했다고 한다. 일꾼은 잘 먹어야 하기에, 이날만큼은 구하기 어려운 ‘꽁치’를 반 토막씩 구워내기도 했다.

조선 시대 종갓집에서는 이맘때 일꾼 대접에 온 힘을 기울였다. 특히 강릉에서는 이 모내기 밥을 ‘못밥’이라 불렀다. 못밥에는 한 해 농사를 염원하는 ‘씨종지떡‘과 나쁜 기운을 쫓아주는 ’팥밥‘이 빠지지 않았다. 가장 좋은 재료로 귀하게 대접하고, 넉넉하게 만들어서 남은 음식은 일꾼이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어떤 이들은 일 년 중 가장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모내기 철을 기다리기도 했었단다.

KBS 제공



스님들의 육체노동은 ‘울력’이라고 부른다. 스님들은 자급자족을 위해 스스로 농사꾼이 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울력을 귀하게 여긴다.

경북 의성에 있는 고운사도 마찬가지다. 1700평이나 되는 돼지감자 밭은 물론, 텃밭과 청소도 모두 스님들의 담당이다. 일은 하기 싫고, 귀찮은 것이기도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울력도 번뇌를 지우는 수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님들의 울력 밥상에는 어떤 음식이 오를까. 직접 기른 재료로 만든 ’고수 겉절이‘와 남들은 버리는 부분인 ’상추 줄기‘를 이용한 ’상추대궁물김치‘와 ’상추대궁전‘ 그리고 주먹밥에 견과류를 넣어 부족한 영양을 보충해주는 ’근대쌈밥‘까지 만나본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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