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야기 듣겠다"던 이상민 장관..'토론 아닌 설명회' 열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 방침에 반발하는 일선 경찰을 설득하겠다며 광주지방경찰청을 방문했지만, 토론보다는 일방적 설명회 수준으로 1시간여 만에 끝났다. “경찰 장악설은 어불성설”이라며 경찰국 신설 명분을 강조한 이 장관은 “인사가 결국 모든 것을 장악하게 될 것”이란 일선 경찰의 견해차를 한 발짝도 좁히지 못했다. 지방경찰청급 첫 토론회는 성과없는 ‘실패’로 끝이 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장관은 6일 오후 광주경찰청을 방문해 ‘경찰국 신설’과 관련한 토론회를 가졌다. 경찰제도 개선에 대한 일선 경찰관과의 소통이 공식 취지지만 경찰 민심 달래기용 행보로 보는 시각이 많다.
토론회에는 이 장관을 포함해 행안부 측 7명과 광주경찰청 각 과에서 1명씩 11명, 5개 경찰서에서 5명씩 25명, 전남경찰청과 전북경찰청에서 각 5명 등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경찰국 신설에 따른 경찰 장악설을 부인했다. 그는 “15~20명 정도의 규모로 13만명이나 되는 경찰을 통제하고 장악한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라며 “우려하는 것과 같이 예산 및 조직에 관한 감찰 및 감사에 관한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별적·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도 행안부장관과 경찰청장을 포함한 누구도 영향력을 미칠 수 없도록 법령 및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전날 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의 반발을 “10여년 전 광우병 선동과 다를 바 없다”고 비난하는 등 직설적인 표현을 내뱉었던 것과 달리 이날은 미리 준비한 인사말만 낭독했다.
복수의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비공개로 50여 분간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다소 경직된 분위기였다. 대부분 시간을 이 장관이 주도하며 경찰국 강행이란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경찰 측 질문은 치안정감의 정치권력 연관 발언과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며 삭발과 단식을 이어 오고 있는 전국경찰직장협의회에 대해 정치적 행위라고 한 점 등에 대한 소명 요구 등 5개에 불과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무슨 질문을 하더라도 답변은 결국은 경찰국 신설로 이어져 답답했다”며 “이름만 토론회지 사실상 설명회였다”고 밝혔다.
토론회 직후 기자회견을 가진 박정수 광주경찰직장협의회장도 “이 장관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광주를 왔지만 역시나 짜인대로 현장 의견을 무시하고 경찰국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돼 현장 경찰관들은 우려가 매우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형태로 인사를 장악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장악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경찰국 신설 추진은 경찰을 행안부 내 작은 국으로 전락시키는 위험한 업무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장관은 “오늘 많은 직협 대표들이 참석했는데, 다양한 의견을 직접 들었고 제가 이해시키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했다”며 “이런 자리를 통해 쌓인 오해를 풀고 앞으로도 슬기롭게 잘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광주경찰청 방문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홍익지구대와 5일 세종남부경찰서를 찾은 이후 세 번째로 지방경찰청급에서는 처음이다.
이 장관은 지난달 27일 행안부 내에 경찰업무조직 신설을 골자로 한 경찰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후 일선 경찰에서는 ‘경찰 장악’ 논란이 일고 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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