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수학은 공동 연구… 생각의 잔 나눌수록 난제 풀려”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 물이 줄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수학자들과 생각의 잔을 주고받으면 오히려 더 내용물이 늘어나다가 어느 순간 난해한 구조가 해결됩니다. 정말 중독성이 있는 경험들이었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許埈珥·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6일 화상 기자회견에서 “현대 수학의 가장 큰 특징은 공동 연구”라며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생각하면 효율적이고 더 멀리 깊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필즈상은 4년마다 수학적으로 가장 뛰어난 연구 업적을 쌓은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수학계 최고 권위상이다. 노벨상에는 수학 분야가 없어 수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기도 한다. 허 교수는 전날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에서 영국, 우크라이나, 프랑스 출신 수학자 3명과 함께 필즈상을 받았다.
허 교수는 “올 초 한밤중에 국제수학연맹(IMU) 회장이 전화를 해서 내심 수상 소식을 기대했는데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상 사실은 시상식 전에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 금지이고 그때 아내도 자고 있어 10분 정도 고민했다”며 “결국 깨워 알렸는데 아내가 ‘응, 그럴 줄 알았어’라고 하고는 다시 잤다”고 말했다.
수학자라고 하면 골방에서 혼자 생각에 빠진 모습을 생각하기 쉽지만 허준이 교수는 정반대다. 허 교수는 수학의 대표적 난제 11가지를 해결했는데 그때마다 여러 학자와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수학 문제를 풀다가 어려움에 맞닥뜨리거나 살면서 어려움이 생겼을 때 그때마다 가르쳐주는 스승과 친구들을 만났다”며 “수첩에 적어두고 생각도 비슷하게 따라 해본 수십명의 친구, 스승들이 다 롤모델이고 내게 영웅들”이라고 말했다.
한국 교육에 대해 묻자 허 교수는 “한국에서만 교육을 받아 비교 대상이 마땅치 않다”며 “한 반에 사오십명 친구가 모여 서로 알아가고 때로 다투기도 하는 과정은 소중한 시기였다”고 말했다. 또 어릴 때 구구단이 힘든 적이 있었지만 중고교에서 늘 수학은 중간 이상이었다고 했다. 한때 시를 쓰고 싶어 방황했지만 결국 좋아하는 수학의 길을 가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의 젊은 수학자들이 정말 잘하고 있어요. 저도 그중 한명일 뿐입니다. 젊은 수학자들이 장기적이고 큰 프로젝트를 추진할 연구 환경이 제공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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