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수입처 정보 공개한 기업에 세제·금융 인센티브 준다
中 수출 중단 등 '몽니' 가능성
언제 어떤 품목 부족할지 몰라
자료 확보해야 정부 대응 가능
美·日서도 기밀자료 제출 요구
기업 지원기금 신설 방안 검토
비축기지 확대 등에 비용 부담
정부가 공급망 대책에 민간 기업의 기밀 자료 제출 조항을 두려는 것은 언제, 어떤 품목에서 수급 위기가 터질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앞서 정부가 대외 의존도가 높아 특별 관리 대상으로 꼽은 품목만 4000개에 달한다. 제품의 재고량과 수입선을 사전에 파악해두지 않으면 정부의 위기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6일 “재고나 제품 수입처는 기업의 기밀 중의 기밀이라 제출을 꺼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언제 어떤 품목의 수급난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자료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중국의 수출 중단으로 빚어진 요소수 사태를 겪으며 국내 기업의 주요 원자재 재고 상황, 수입선 등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
이번 대책에는 다른 나라들도 같은 맥락에서 기밀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지난해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 각국 기업에 재고와 주문·판매 현황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일본 역시 ‘특정 주요 물자’와 관련된 기업들이 원재료 등을 어떻게 조달할지 정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정부는 특히 재고, 설비 투자 계획, 수입선 자료 등을 제출하는 기업에는 각종 세제 혜택, 장기 저리 대출 지원 등에 나서기로 했다. 민간에 일괄적으로 자료 제출을 강제할 경우 기업의 반발이 거셀 수 있는 만큼 기업에 자료 제출에 따른 유인책을 마련해둔 것이다.
정부는 제출 자료를 선정할 때 민간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상설 창구도 마련할 방침이다. 민간 기업이 제출한 정보를 외부로 유출할 경우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안도 담는다. 국책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정보를 가능한 많이 쥐고 있을수록 사태가 터졌을 때 대응이 용이하다”며 “다만 자칫 민간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으니 ‘기브 앤드 테이크’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은 거 같다”고 평가했다.
정부 내에서는 기업 지원을 위한 별도 기금을 신설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수급 차질 우려가 있는 품목을 수입하는 민간 업자를 대상으로 일종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형태다. 징수한 금액으로 기금을 마련해 민간이 비축 기지를 확대하거나 수급처를 다변화할 때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식이다.
문제는 부담금을 부과할 대상을 선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주요 품목을 수입하는 업체에 일괄적으로 부담금을 내도록 할 경우 기업의 반발이 클 수 있다. 이에 정부는 기금 마련 방식을 두고 막판까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당장 수급 위기가 터진 것도 아닌데 부담금을 걷겠다고 하면 기업들은 당연히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부 예산만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실무 대응 조직도 정비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물류 정책을, 산업통상자원부가 소재·부품·장비 수급 정책을 마련하는 식의 병렬적 대응 체계를, 기획재정부를 총괄 컨트롤타워로 하는 수직적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지난 ‘요소수 사태’ 대응 과정에서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것을 두고 환경부와 산업부가 이견을 보이면서 의사 결정이 다소 지연됐는데 결정 체계를 일원화해 보다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하려는 취지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공급망 기본법’을 신설해 담을 계획이다. 자원안보특별법과 소재·부품·장비기본법도 제·개정해 공급망 기본법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다음 주 중 공급망 관련 대통령 주재 회의가 예정돼 있었는데 반도체 대책 발표 일정과 겹쳐 (발표가) 지연된 것으로 안다”면서 “대책의 기본 틀은 마련돼 조만간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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