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즈상' 허준이 교수 "하루 4시간 연구..나머진 청소·육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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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최초로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39)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겸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6일 한국 기자들과 온라인으로 만난 자리에서 수학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허 교수는 "큰 상을 받아 무척 기쁘다. 주위 분들이 자기 일만큼 기뻐해줘 기쁨이 배가됐다. 부담감은 있지만 지금까지처럼 찬찬히 꾸준하게 공부해나가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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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필즈상' 선정 소식 처음 전해 들어
"아내 깨웠더니 '그럴 줄 알았어' 다시 자"
"어릴 때 수포자 아냐..공동연구 즐거워"
롤모델 묻는 질문엔 "선생님과 친구들"
“수학의 매력은 공동연구에 있습니다. 혼자 하는 것보다 동료들과 함께 생각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멀리 갈 수 있고 깊이 들어갈 수 있어서입니다. 공동연구 경험은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이 있어서 십수년 동안 빠져 살고 있습니다.”
한국계 최초로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39)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겸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6일 한국 기자들과 온라인으로 만난 자리에서 수학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허 교수는 “큰 상을 받아 무척 기쁘다. 주위 분들이 자기 일만큼 기뻐해줘 기쁨이 배가됐다. 부담감은 있지만 지금까지처럼 찬찬히 꾸준하게 공부해나가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 5일(현지시각)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2022 세계수학자대회’에서 대수 기하학을 이용해 조합론 분야에서 다수의 난제를 해결하고, 대수 기하학의 새 지평을 연 공로를 인정받아 필즈상을 받았다.
그는 ‘수상 소식을 언제 알았는가’라는 물음에 “올해 초에 묘한 시간대에 국제수학연맹 회장이 전화 통화를 요구해 ‘혹시 필즈상 수상 때문이 아닐까’ 기대했는데, 맞았다. 밤이어서 자고 있는 아내를 깨울까 10분 고민하다가, (자던 아내를 깨워) 얘기했더니 ‘응 그럴 줄 알았어’ 하고는 다시 자더라”고 했다. 그는 가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세계수학자대회 개최 예정지였던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에 함께 가려 했지만, 장소가 헬싱키로 바뀌면서 가족 여행이 무산돼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남긴 수학적 성과 가운데 기억에 남는 연구에 대해서는 “열 손가락 가운데 어느 손가락을 좋아한다 말하기 힘든 것처럼, 제가 한 연구 모두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며 “대부분 연구마다 공동연구자들이 있어서 그들과 어떤 식으로 말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냈는지, 그 과정 모두가 소중한 추억”이라고 말했다.
“초·중·고교 때 다양한 친구들과 한 반에 사오십명씩 모여 종일 생활을 같이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지금의 저로 성장하는 데 자양분이 됐다. 수많은 경험을 제공해준 소중한 시기였다”
허 교수가 국내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데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한국 교육에 만족스러웠느냐는 물음에 그는 “한국에서만 교육을 받아 비교 대상이 마땅치 않지만, 개인적으로 따뜻하고 만족스러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초·중·고교 때 다양한 친구들과 한 반에 사오십명씩 모여 종일 생활을 같이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지금의 저로 성장하는 데 자양분이 됐다. 수많은 경험을 제공해준 소중한 시기였다”고 덧붙였다.
일부 언론에서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필즈상을 받았다고 표현한 데 대해서는 오해라고 밝혔다. 허 교수는 “어느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얘기하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구구단 외우는 것을 힘들어했다’고 했더니 (기사) 제목이 그렇게 된 것이다. 초·중학교 때는 아니지만 고교 시절에는 수학을 재미있어 했고, 성적도 중간 이상이어서 수포자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허 교수의 어릴 적 꿈은 시인이었다. 그는 “머리가 굵어지면서 ‘어떤 것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제가 타고난 재능이나 실력으로 글쓰기는 어림도 없는 것 같았다. 다른 글 쓰는 분들에 비해 과학을 재미있어하는 것 같아 과학 저널리스트를 할 생각에, 적합하다고 생각한 물리천문학부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 3~4학년 때 진로를 고민하며 학업을 쉬었다가 복학 뒤 물리학 대신 우연한 기회에 수학 강의를 들으면서 수학의 매력에 빠졌다고 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라는 물음에는 “하루 4시간 정도 연구에 집중하고, 나머지 시간은 아이와 시간을 보내거나 청소를 하며 다음날을 준비한다”고 했다. 롤모델을 묻는 말에는 “수학 문제를 풀거나 살아오면서, 어려움을 만났을 때마다 꼭 필요한 선생님과 친구들을 잘 만났다. 그때마다 정리하는 작은 수첩을 갖고 있는데, 이들 모두가 롤모델”이라고 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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