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300억 들인 살충제 대체약품, 창고에 방치한 당국
국제사회서 퇴출 수순 밟아
검역당국, 민간기업과 손잡고
대체약제 개발에 성공했지만
기존 약품 사용금지는 안해
뒷짐행정에 혈세 낭비 논란
수입 식물류 검역에 사용되는 메틸브로마이드는 환경 파괴 및 유해성 문제로 이미 국제사회에서 퇴출되고 있는 살충제다. 이에 비해 우리 당국은 대체약품 개발 후에도 메틸브로마이드 사용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아 환경오염 지속은 물론 수백억 원을 들여 개발한 대체 약제 역시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10~2020년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검역용 살충제 메틸브로마이드의 대체 약제를 개발했다. 대체 성분 3종과 이를 활용한 약제 4종에 대해 농촌진흥청 농약 등록 등의 절차를 거쳐 상용화에 성공했다. 대체 약제 개발 및 소독기법 실용화 등에 투입된 예산은 300억원가량이다.
메틸브로마이드는 대기 분해 과정에서 다량의 오존층 파괴 물질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레온가스의 오존층 파괴지수가 1이라면 메틸브로마이드는 0.6 수준이다. 이 때문에 몬트리올의정서(1989년)에 따라 선진국은 2005년, 개발도상국은 2015년 이후부터 식물 검역용을 제외한 생산과 수입을 중단하는 등 퇴출이 이뤄지고 있다.
식물검역용 역시 대체 약제로 전환하는 추세다. 우리 검역당국이 대체 약제를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대체 약제를 개발한 후에도 여전히 메틸브로마이드를 국내 수요의 70~80%를 차지하는 목재 검역용으로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이 저렴한 메틸브로마이드가 허용되다 보니 대체 약제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당국은 수입 과실류에 대해 메틸브로마이드 사용제한 조치를 내렸지만 목재류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의 메틸브로마이드 퇴출 분위기와는 달리 국내 메틸브로마이드 사용량은 △2017년 445t △2018년 423t △2019년 440t △2020년 415t △2021년 402t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메틸브로마이드가 계속 쓰이다 보니 예산을 투입해 대체 약제를 개발했지만 대체 약제는 설 자리가 없는 상황이다. 대체 약제 개발에 참여한 A사는 "정부만 믿고 수년간 대체 약제 개발에 몰두했는데 결국은 판로를 걱정해야 할 처지"라며 "영업손실도 상당해 검역본부와 농촌진흥청 등에 메틸브로마이드 규제를 강력하게 요청했는데 책임만 서로 떠넘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업계에선 메틸브로마이드의 유해성을 지적해왔던 정부의 행보와 이 같은 조치는 상충된다고 비판한다. 2020년 검역본부는 메틸브로마이드 유해성을 규명하고 퇴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검역본부는 중독 증상을 보이지 않더라도 중추신경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작업자의 소변 내 메틸브로마이드 평균 농도가 작업 전보다 2.5배 증가했고, 이는 뇌신경망의 노화와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검역당국이 뒷짐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환경 파괴와 인체 유해성을 고려해 하루빨리 대체 약제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역시 규제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한 움직임을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환경파괴와 인체 유해성은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며 "메틸브로마이드 사용제한 조치를 과실류에서 목재류 전체로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향후 규제 방안 등과 관련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문의했지만 "내부 사정으로 당장 답변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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