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수·구창모, 다시 '송골매'로.."40년 전으로 날아가리"
과거 히트곡 오리지널 편곡으로 공연
"20대 때 열정과 열망 되살리겠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에 두 남자가 손을 맞잡았다. 사회자의 요구로 서로 어깨를 보듬는 포즈를 취한 둘은 쑥스러워하면서도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거의 40년 만에 다시 송골매 이름으로 함께 무대에 서는 배철수와 구창모다.
“설레고 긴장되네요. 추억을 되살리며 그때 그 기분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구창모)
“설렘도 있지만 걱정이 많이 됩니다. 예전에 송골매 좋아했던 팬들이 공연 보고 혹시라도 실망하면 어쩌나 하고요.”(배철수)
6일 오후 서울 합정동 신한플레이 스퀘어에서 둘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록밴드 송골매가 오는 9월부터 펼치는 ‘2022 송골매 전국 투어 콘서트: 열망’ 제작발표회 자리에서다.
한국항공대 동아리 밴드 ‘활주로’ 출신 배철수를 중심으로 결성한 송골매는 1979년 ‘세상만사’가 수록된 1집으로 데뷔했다. 이후 홍익대 동아리 밴드 ‘블랙테트라’ 출신 구창모를 영입해 1982년 2집을 발표했다. 배철수가 당시 음악을 관두고 설악산 암자에 들어가 공부하던 구창모를 찾아가 함께 음악 하자고 제안한 일화가 유명하다. 2집에서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두 다 사랑하리’가 잇따라 히트하면서 인기 최정상 밴드가 됐고,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구창모가 1984년 솔로 가수로 독립하고, 배철수는 1990년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디제이를 맡으면서 사실상 밴드 활동을 접었다. 그랬던 둘이 다시 한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이번 재결합 공연은 배철수가 10여년 전부터 구상한 것이다. 해외에서 사업하는 구창모와 연락하고 지내다 제안했다고 한다. 배철수는 “구창모씨가 노래 안 하는 게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본인은 무대로 돌아오는 걸 어려워하더라. 그래서 ‘더 나이 들기 전에 송골매 공연을 하고, 이후 계속해서 노래하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구창모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해외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국내에서 음악을 재개할 기회가 없었는데, (배철수 덕분에) 돌아오게 됐다”며 감격해 했다. 재결합 공연은 애초 2020년에 하려 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연기돼 이번에 하게 됐다.
공연에선 송골매의 과거 히트곡들을 당시와 같은 편곡으로 들려줄 계획이다. 배철수는 “시대가 변하면서 음악이 발전하고 트렌드도 바뀌지만, 이번에 우리는 오리지널과 똑같은 편곡으로 연주·노래할 것”이라며 “그때 우리와 함께 호흡했던 분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젊은 시절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에서다”라고 설명했다. 구창모는 “우리가 20대 때 가졌던 열정과 열망을 그대로 지금 이 시대로 가져와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연을 위해 맹연습하고 있다. 특히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는 구창모는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처럼 꾸준히 운동해야 노래할 수 있다”는 배철수의 조언을 듣고 25층 계단을 매일 오르고 있다고 한다. “연습하면서 심장이 둥둥둥 뛸 정도로, 생각 이상으로 느낌이 와 닿았어요. 이 느낌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구창모)
송골매 재결합 공연은 이번이 마지막으로 알려졌다. 배철수는 “내년 3월 해외 공연까지 마치면 더는 음악을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창모는 “배철수씨가 처음부터 ‘라스트 투어’로 못 박고 자기는 이걸로 음악 생활 끝이라고 했지만, 나는 속으로 ‘그렇게 안 될걸?’ 하고 생각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저는 라스트 아니다”라고 말해 음악 활동을 계속할 뜻을 내비쳤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선 엑소 수호와 잔나비 최정훈의 송골매 리메이크 프로젝트도 공개했다. 수호는 송골매의 ‘모두 다 사랑하리’를, 최정훈은 ‘세상만사’를 각각 리메이크해 라이브로 선보였다. 수호는 “부모님이 송골매 선배님들 팬이어서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며 참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정훈은 “특히나 옛날 음악을 좋아하는 저에게 송골매는 전설이었다. 록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우리 같은 록밴드가 음악을 할 수 있는 건 선배님들 덕”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공연은 9월11~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 무대를 시작으로 부산(24~25일), 대구(10월1~2일), 광주(10월22~23일), 인천(11월12~13일)으로 이어진다. 또 내년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뉴욕·애틀랜타에서도 공연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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