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균열, 기억 사이를 비집고 찾아낸 유토피아 찬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언어적인 유희가 필요해 보입니다.
김자연 작가의 개인전 'Through the gap in the open door 열린 문 틈 사이로'입니다.
본래 혼재된 기억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은 광범하거나 산만해질 수 있지만, '유령섬'이라는 일종의 심리적 기제를 거치면서 재차 특정한 개념으로 구체화되고 시각적으로 회화화되면서 전체 주제를 환기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126, 회화 20여 점
언어적인 유희가 필요해 보입니다.
결코 가벼워서가 아닙니다. 존재하지 않는데, 존재한다는 접근부터 기존 관념을 접고 들어갑니다.
김자연 작가의 개인전 ‘Through the gap in the open door 열린 문 틈 사이로’입니다.
기초예술공간이자 대안공간인 스튜디오126이 올해 ‘경력을 함께 만들고자’ 진행한 공모에서 선정된 3인의 개인전 세 번째 마지막 전시입니다.
7월 5일부터 21일까지 17일간 회화작품 20여 점을 선보입니다.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지극히 사적인 경험과 감정에서 써내려가는 글이 출발점입니다. 오늘, 내일 일과를 정리하는 일기와는 다릅니다.
등장인물은 상징화되고 허구의 스토리를 나열합니다.
실재가 아닌데 자체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 ‘Phantom Island(유령섬)’가 전체 작품을 관통합니다.
2019년 5월 어느 밤, 서귀포 해변에서 겪은 사건이 출발점이 됐고, 당시 작은 사건을 모티브로 한 단편소설에서 확대된 세계관이 ‘유령섬’으로 가지를 뻗었습니다.
작가의 시도가 거대 담론으로 확장되면서, 해석의 여지를 넓혔습니다.
현실화하는 물질적 실재 과정이 후생적이라고 볼 때 자기-생산, 인간이라면 자기-지속성의 한 부분으로서 그 자신이 존속의 수단을 창출한다는 관점에서 충분히 ‘관념적’으로 구체화가 가능하다는 변증법적 유물론을 대입해볼 수 있습니다.
혹은 ‘데리다’식으로 말해 “구체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데도”, “불가능성이 기묘하게도 구체적인 현실성보다 더 물질적이고 실재적”으로 느껴질만큼, ‘날 것’같은 감각들이 화폭에 고스란히 드러나 생생함을 더합니다.
‘유령섬’..기억의 소환, 상징적 표상
의식적이거나 혹은 무의식적인 방식이던지, 현실에 ‘실재’를 소환할 장치이자 상징적 표상으로 작가는 ‘유령섬’이라는 틀을 도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본래 혼재된 기억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은 광범하거나 산만해질 수 있지만, ‘유령섬’이라는 일종의 심리적 기제를 거치면서 재차 특정한 개념으로 구체화되고 시각적으로 회화화되면서 전체 주제를 환기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유령섬’이란, 지도에는 존재하지만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섬을 말한다”며 “현대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 즉 비효율적인 사념이나 공상, 어떤 감정에 몰입하는 순간, 개인의 트라우마가 섞인 기억같은 것은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게 ‘유령섬’과 같다고 여겨졌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습니다.
“타인은 인식할 수 없지만 자신에게 안락한 장소이며..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의 시공간”으로 ‘유령섬’을 해석한 권주희 스튜디오126 디렉터는 “실제의 사건을 허구화하는 것은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 희석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라며 “덤덤하면서 때로는 토로하듯 쌓아 올리며..관람자에게 ‘열린 문 틈 사이’를 제공한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사이에 머물며 각자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내면과 마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작가의 의도를 풀어냈습니다.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2020)를 졸업한 작가는 올해 스튜디오126 개인전 외에 ‘시간의 이면’(2022. 서울) 등 단체전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아트스페이스휴 입주작가(2021~.파주)로 활동 중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스튜디오126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람은 매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요일은 휴관이며 무료 관람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Copyright © JI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