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룰 전쟁' 일단락됐지만..당 내홍 상처는 깊어지고 당권경쟁은 더 치열해질 듯
더불어민주당이 8·28 전당대회 경선 규칙을 6일 확정했다.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의결했던 최고위원 ‘권역별 투표제’는 시행하지 않기로 했고, 예비경선시 국민여론조사를 30% 반영하자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의결 사항은 당대표 선출 때만 적용하기로 했다. 최고위원 예비경선은 중앙위원회 투표로만 치러진다. 전준위가 의결한 안을 비대위가 일부 수정하면서 당 내홍이 촉발했으나, 당무위원회가 이날 다시 전준위안 대부분을 살리고 비대위안 일부만 수용하는 식으로 절충안을 만들어 해결에 나선 것이다. ‘친이재명(친명)계’ 의원을 비롯한 일부 당원들의 반발은 일단 봉합 국면에 들어갔지만 향후 해당 규칙을 놓고 계파별로 유·불리 계산 및 당권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당무위원회가 이날 의결한 전당대회 경선 규칙의 핵심은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을 ‘중앙위원 투표 70%+국민여론조사 30%’라는 전준위의 원안을 그대로 반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앞서 비대위는 국민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것에 대해 “여론조사 변별력에 의문이 있다”는 등 이유로 뺀 바 있다. 다만 당무위는 최고위원 예비경선의 경우 ‘중앙위원 100% 투표’로 하기로 의결했다. 이 부분은 전준위의 원안이 아닌 비대위의 안을 받아들이면서 사실상 절충안으로 삼은 것이다.
또 당무위는 최고위원 본 경선에서 ‘1인 2표 중 1표는 권역별 후보에게 투표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던 비대위안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비대위는 수도권 인사들로만 이뤄져온 당지도부에 영·호남 등 다양한 지역 출신 최고위원을 안배하자는 취지에서 권역별 투표제를 도입하자고 했다. 하지만 친이재명계 등을 비롯한 당 일각에서는 “당원들의 투표권을 침해한다” “비대위가 전준위 결정을 뒤집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앙위원들끼리만 투표했던 당대표·최고위원 예비경선에 국민여론조사를 반영하자는 전준위의 의결사항을 비대위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안규백 전준위원장이 위원장직을 사퇴하는 등 당 내홍이 첨예해지기도 했다.
우 위원장은 이날 당무위 이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지역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한 권역별 투표제는 (비대위가) 스스로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우 위원장은 “중장기 과제로 좀 더 설계를 고민하도록 권유하고 지금 당장 도입하는 건 아닌 걸로 비대위가 스스로 철회하고 당무위에 보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 위원장은 “당원들도 서운해하고 대립이 분출되고 있어서 격론이 벌어질만한 상황을 줄여보자는 정치적 판단을 했다”며 “사실상 전준위 원안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당무위는 예비경선 제도를 놓고 2시간여 동안 토론을 거쳤다. 이후 해당 의결사항들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우 위원장은 전했다.
이날 당무위가 경선 규칙을 확정하면서 전당대회 경선 규칙을 놓고 분출된 당내 갈등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당 최고의결기구인 당무위가 절충안을 통해 중재에 나서면서 친이재명계나 비이재명계 모두 더 이상의 논쟁을 이어가는 데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비대위의 전준위안 수정이 ‘권한 침해’라며 반발했던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당원들의 승리”라며 당무위 결정을 반겼다. 지난 4일 비대위가 전준위 안을 수정해 의결한 이후 강성 당원과 지지자들이 예비경선 국민여론조사 등을 요구하자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 안을 수정하자며 전당원 투표를 추진했다. 김용민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준위안이 부족하지만 (수정안 통과로) 당원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으니 한걸음씩 같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안규백 위원장은 SNS를 통해 “애초 전준위가 제기한 안과 다소 달라진 점은 있지만 비대위원·당무위원 여러분께서 고심 끝에 내린 결론임을 알기에 감사와 환영의 뜻을 밝힌다”며 사퇴 하루 만에 위원장직에 복귀했다. 최고위원 권역별 투표제가 없어지면서 주로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보다 부담없이 최고위원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당장 이날 정청래 의원이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화했다.
비대위안 대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우 위원장과 비대위는 리더십에 상처를 받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고위원 권역별 투표제의 경우 비이재명계 의원들 일부에서도 “투표권을 강제하는 문제가 있다”며 비판이 나왔다. 친이재명계 의원들과 강성 당원·지지자들과의 반발과 요구도 예상보다 거세게 쏟아지면서 비대위가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비대위 결정은 당을 위한 것이었지만 당의 분란을 막기 위해 양보한 것이다. 우 위원장이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라고 말했다.
‘룰(경선 규칙) 전쟁’이라고 불렸던 경선 규칙 논쟁이 마무리됐지만 당내에선 “이재명 의원에게 유리한 게 아니냐”는 비이재명계의 불만이 적지 않게 나오면서 계파 갈등이 확산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또 확정된 경선규칙을 놓고 치열한 유·불리 계산과 계파별 후보 출마 전략이 더욱 첨예하게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승민·탁지영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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