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 들어갔다고 문제? 여가부 성평등추진단 재검토에 "낙인찍기"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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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두 팀을 포함해 성평등문화추진단으로 선정된 17개 팀, 63명의 구성원이 추진하던 사업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에 대해 "지원 대상이 페미니즘에 경도됐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반대하자, 여성가족부가 다음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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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크루들 "지난주에 출범식했는데" 당혹감
#여성가족부의 4기 버터나이프 크루(성평등문화추진단) '젠더갈등 완화' 분야에 속한 'LUV' 팀은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잘못된 성평등 인식에 대한 담론을 뉴스레터로 발행하는 '러브레터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공정한 청년 일자리 환경 조성' 분야에 속한 '스여일삶' 팀은 스타트업 내 성폭력 당사자와 인터뷰해 재발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발표하는 프로젝트를 준비중이었다. 두 팀은 성평등문화추진단에 '젠더갈등'과 '공정한 청년 일자리 환경' 분야가 신설되면서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젠더갈등 완화' 취지로 출범한 지 닷새 만에 사업 중단 위기
그런데 두 팀을 포함해 성평등문화추진단으로 선정된 17개 팀, 63명의 구성원이 추진하던 사업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에 대해 "지원 대상이 페미니즘에 경도됐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반대하자, 여성가족부가 다음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버터나이프 크루'는 빵에 버터를 펴 바르는 '버터나이프'처럼 성평등 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로 2019년 출범한 여성가족부 사업이다. △성평등 확산 △젠더갈등 완화 △공정한 청년 일자리 환경 조성 △청년의 우울감 극복 등 4개 영역에서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캠페인이나 독서모임 등을 운영해야 하며,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의 청년 3명 이상으로 구성된 팀만 지원할 수 있다. 청년들이 처한 젠더갈등과 성차별의 현실에 청년이 직접 나서서 '공론장'을 열자는 취지다. 성별 제한 없이 공개 모집하지만, 여성들의 참여가 압도적으로 많다.
"과도한 낙인찍기" 비판
권 원내대표는 "과도한 페미니즘은 남녀 갈등의 원인 중 하나"라며 사업이 젠더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이는 과도한 낙인찍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여성가족부가 크루의 명단을 발표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일부 참가팀의 이름에 '페미'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는데, 아직 활동을 시작하지도 않은 팀들이 '과도한 페미니즘'을 추구한다고 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개 팀 중 하나인 '페미피플'은 오히려 젠더갈등 완화를 위해 '성평등에 관심있는 시민들이 모여서 남성과 함께하는 독서 토론 모임을 진행한다'는 활동 목표를 내걸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대표는 "선정된 팀들을 보면 성차별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내건 게 대부분이고, 20대 남성을 타깃으로 때린다거나 하는 내용도 아니다"라며 "성평등 사회를 만들려는 여성들의 참여나 문제의식을 지원하는 사업을 '페미'라는 이름만으로 낙인찍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루들 "여당 원내대표 전화 한통에..." 분통
선정된 지 닷새 만에 사업 재검토 통보를 받은 크루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크루에 선정된 A팀은 한국일보에 "우리 팀은 여성과 남성으로 구성됐고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문화적 활동을 한다"며 "지난주 출범식까지 한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의 SNS 글로 사업 존폐가 위협받는 것이 당혹스럽고 불안하다"고 했다.
청년들의 활동을 젠더갈등의 원인으로 규정하는 여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오히려 갈등을 촉발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크루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 원내대표에겐 전화 한통으로 사업을 바꿀 수 있는 권력이 있지만 청년들에겐 (그런 권력이) 없다"면서 "여당 원내대표라면 젠더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활동을 가로막지 않고, 오히려 더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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