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도 신한도 뛰어들었지만..디지털보험 시장 적자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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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에 이어 신한금융그룹까지 디지털보험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시장 전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올 들어 디지털보험 시장의 적자 규모가 더 커진 데다 당장 큰 수익을 거두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늘(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디지털보험사 상황은 1년 전보다 더 악화됐습니다. 캐롯손해보험의 당기순손실은 146억 원으로 1년 전(124억 원)보다 늘었습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같은 기간 손실규모가 43억 원에서 45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1분기 16억 원 이익을 냈지만 올 1분기에는 54억 원 순손실로 전환했습니다.
보험개발원 분석 결과, 지난해 자동차보험 가입대수 기준 인터넷이나 모바일(CM)채널을 통한 가입 비중은 40.7%였습니다. 설계사(대면 채널)를 통한 가입 비중(39.9%)보다 0.8%p 높았습니다. 텔레마케팅(TM) 채널 비중은 19.4%였습니다.
비대면 수요도 늘고 자동차보험만 해도 실제 가입 비중이 높아지는데도 디지털보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디지털보험사는 CM채널로 상품을 판매하는데 이미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기존 대형 보험사들도 CM채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1년마다 갱신하고 이미 소비자들도 보장 등에 대해 익숙하기 때문에 CM채널로 쉽게 가입한다"며 "하지만 나머지 보험상품의 경우 용어도 어렵고 구조도 복잡해 실제 가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기존 보험사들도 온라인 채널을 운영하는 만큼 경쟁에서 더 밀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보험사는 보험영업 이익보다는 보험 계약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한 투자 수익으로 이익을 올립니다. 다시 말해,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계약자들에게서 받은 보험료가 많아야 합니다. 하지만 디지털보험사의 경우 기존 보험사에 비해 그 규모가 작을 수 밖에 없습니다.
10년, 20년 이상 유지되는 장기보험 판매를 늘려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디지털보험사는 자동차보험을 제외하면 대부분 1만 원 안팎의 보험료를 내는 '미니보험'을 주로 판매하기 때문입니다.
캐롯손해보험의 '층간소음 이사보험'은 24개월 만기, 일시납 1만7000원 또는 21개월 만기, 일시납 1만2000원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보험증권에 기재된 주택에 한해,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지속돼 이사하는 경우 200만 원 한도 내에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이 판매하는 '미세먼지질병보험'은 보험나이 32세 여성의 경우 가입금액 1000만 원 기준, 월 보험료는 3650원입니다. 뇌출혈이나 급성심근경색증 등 최대 2000만 원,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최대 200만 원까지 보장합니다.
낚시나 서핑, 자전거, 스키 등 레저활동 중 상해를 보장하는 하나손해보험의 '원데이 레저보험' 보험료는 하루 660원입니다. '원데이 귀가안심보험'의 보험료는 이보다 더 적은 620원으로, 가입자는 대중교통 이용 중 상해사망, 상해후유장해, 강력범죄보상금, 골절진단비 등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가 일시납으로 2만 원도 안 되거나 매달 내야 되는 금액이 1만 원 안팎인데 보험료로 수익을 거두긴 어렵다"며 "미니보험은 신규 고객을 유입하고 특히 MZ세대를 겨냥한 상품으로 이익을 내기보단 마케팅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더구나 기존 보험사들도 미니보험 출시에 나서면서 고객 유입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삼성생명은 1년 만기 상품으로 가입금액을 1000만 원, 500만 원 중 선택해 가입할 수 있는 '미니생활보장보험'을 선보는데 보험료는 1년에 1400~1500원입니다. 40여개 특정법정감염병 진단시 회당 20만 원, 벌쏘임과 약물부작용 등으로 발생 가능한 아나필락시스쇼크 진단시에는 100만 원(1회 한도)이 지급됩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페이는 '카카오손해보험'으로, 신한금융그룹은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한 뒤 '신한EZ손해보험'으로 각각 디지털보험 시장에 진출합니다. 디지털보험사가 2곳 더 늘어나지만 이들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나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이미 확보된 고객이 많고 다른 계열사를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출범 초기에는 다른 디지털보험사와 마찬가지로 미니보험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당장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렵지만 기존 보험사와의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존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거절이나 소송 등으로 이미 소비자들의 불신이 높아진 상태"라며 "디지털보험사는 점차 판매 상품을 다양화하면서 보험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역할을 한다면 장기적으론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디지털보험사가 시장에 안착하고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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