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더 단순해져야 예방효과 커져"
노·사·학 모여 개선방안 모색
법적 책임소재 분명히 정해야
안전 불확실성 해소할 수 있어
정부 규제 일원화 필요성 제기
노사, 과잉처벌 여부 두고 대립
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안전포럼' 현장. 올해 1월에 처음 시행된 중대재해법의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노동계와 경영계·학계 인사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산업현장에서 준수해야 하는 법적 의무 조치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안전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별 현장 특성에 맞게 안전 목표를 설정하고, 인적·기술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과 한국안전학회, 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이 주최한 이날 포럼은 중대재해법의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영계가 두루 참여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달 13일까지 발생한 중대산업재해는 83건이다. 지난 1분기에 사고 사망자 수는 241명으로 지난해 238명보다 소폭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준원 숭실대 교수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6개월도 되지 않았고, 적용 대상도 50인 이상 사업장에 한정돼 있어 시행 효과를 평가하기엔 이르다"면서도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2024년까지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업들의 안전보건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고, 전담조직의 구성이 불명확한 문제가 있다"면서 "안전보건 전문인력이 부족해 채용이 어렵고, 관계 법령이 너무 많아 이행 상태를 점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정부 부처별·지방자치단체별 규제 및 점검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주가 스스로 통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영섭 미래일터연구원 원장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적용 대상이 되는 사고는 80여 건으로 추산되지만 기소된 것은 1건뿐"이라며 "법 도입 이전의 우려가 기우였음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임 원장은 "시설과 장비, 인력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안전보건 분야에서는 법적 의무 조치를 일일이 정하는 것이 실효적이지 않다"며 "사업장의 위험 요인을 가장 잘 아는 사업주가 적합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일괄적으로 규제를 정하면 오히려 현장의 수용성이 떨어지므로 사업주가 자체적으로 조치를 설정하면 정부는 그것이 잘 이행되는지를 감독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목표 기반 규제'가 대표적이다. 영국은 '법령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는 한국과 달리 '적절한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처벌'하도록 규정해 안전 사각지대를 방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중대재해법을 두고 "과도한 형사처벌을 허용하는 모호한 조항"이라는 경영계의 주장과 "중대재해법의 취지를 왜곡하는 무리한 주장"이라는 노동계 주장이 엇갈렸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법률 대응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며 "법률 규정을 보다 명확하게 하고, 처벌 수위를 낮추는 등 예방 정책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광일 한국노총 안전보건연구소장은 "경영계에서 불명확하다고 주장하는 조항들은 법 제정 당시 후퇴한 결과"라며 "경영책임자를 명확히 정의하고 벌금 하한선을 설정하는 등 중대재해법을 강화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박홍주 기자 /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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