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유족에 실종자 北해역 생존사실 숨겼다"
“文정부, 실종자 북 해역서 생존 사실
文에 보고하고도 유족에 감춰…국민 속여”
“생존 사실 유족과 공유했다면 구했을 것”
“35시간 동안 사망 숨기고 ‘월북몰이’ 해”
“서훈·서욱·서주석, 직무유기 등 법적 책임”
하태경 “文, 구조지시 안 내린 이유 밝혀라”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사망당시 47세)씨를 북한군이 해상에서 피격한 뒤 시신을 불태운 서해 피격 사건과 관련, 대준씨가 북한 해역에 생존해 있었던 당시 문재인 정부가 유족에게도 이씨의 생존 사실을 숨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은 대준씨의 생존 사실을 모른 채 해경 등과 실종자 수색을 위해 엉뚱한 해역을 수색한 셈이 돼 파장이 예상된다.
“한 개인에 대한 조직적
인권침해·국가폭력 사건”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는 6일 오후 국회에서 최종 발표 브리핑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TF단장을 맡은 하태경 의원은 “이 사건을 한 문장으로 규정하면 한 개인에 대한 조직적인 인권침해와 국가폭력 사건”이라면서 “(정부가) 희생자 구조 노력 없이 죽음을 방치하고,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조직적인 월북몰이가 있었다. 국민을 속이고 여론을 호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TF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2020년 9월 22일 오후 3시 30분 실종자가 북측 해역에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유족에게는 이를 숨겼다고 하 의원은 전했다.
유족은 2020년 9월 22일 오전 10시 대준씨의 실종소식을 듣고, 서해에서 2박 3일 간 선원들과 함께 수색했다. 하지만 이씨는 같은 시각 북측 해역에서 생존해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유족이 엉뚱한 구역을 수색하게 됐다는 게 TF 측 설명이다.
하 의원은 “정부는 (유족이 수색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22일 오후 6시 30분쯤(대준씨가) 북측에 있다는 사실을 대통령에게 보고까지 하고도 유족에겐 알리지 않았다”라면서 “이 사실을 유족들과 바로 공유했다면 구할 수 있었다는 게 TF의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文정부, 공무원 사망 최종 확인하고도
35시간 동안 사실 숨겨…해역 수색만”
TF는 이대준 씨와 유족에 대해 정부가 조직적인 월북몰이를 한 정황도 시간대별로 정리해 공개했다.
2020년 9월 22일 오후 6시 35분 대통령 서면보고 때엔 ‘추락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있었고, 북측 해역에서 우리 국민이 발견됐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이후 9월 23일 오전 1시∼오전 2시 30분 긴급관계장관회의와 같은 날 오전 10시 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이대준 씨의 월북 가능성을 ‘낮다’에서 ‘높다’로 모의했다는 것이다.
특히 9월 22일 오후 10시쯤 대준씨의 사망을 최종 확인한 뒤에도 정부가 약 35시간 동안 이 사실을 숨긴 채 24일 오전 11시에야 사망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 의원은 “국민에게는 35시간 동안 ‘사망’을 숨기고 ‘실종’ 사실만 공개하면서 월북가능성을 암시했다”며 그 근거로 ‘선박에 신발 벗어둔 정황’, ‘월북 가능성 열어뒀다’ 등 내용을 중심으로 한 국방부 발표(9월 23일 오후 1시 30분)를 들었다.
나아가 정부는 9월 24일 오전 관계부처장관회의와 대통령 보고를 통해 월북 판단을 최종적으로 확정했고, 이후 국가안보실 주도로 조직적인 ‘월북몰이’에 착수했다는 게 TF의 주장이다.
TF는 이런 ‘월북몰이’ 과정에 깊이 관여한 핵심 관련자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장관을 비롯해 2020년 9월 23∼24일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을 지목했다.
서훈·서욱·서주석 등 ‘3서’
직무유기·직권남용·사자명예훼손 적용
이와 함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서주석 전 안보실 제1차장을 ‘3서’(徐)라고 부르면서 이들에 대해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사자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진상규명과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하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은 2020년 9월 22일 오후 6시 30분쯤 대준씨의 생존 사실을 보고받고도 구조지시를 내리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대통령지정기록물을 해제해 진상규명에 협조할 의사가 있는지와 함께 유족과 국민 앞에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경 “월북 의도 발견 못해”
2년 전 자진 월북 발표 뒤집어
2년 전 해경이 도박빚으로 인한 자진 월북이라는 결론을 내리자 유족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공무원의 살해 상황 등이 포함된 자료들을 공개해달라고 해경과 청와대에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했지만 법원의 공개 판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히려 항소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로 바뀐 이후인 지난달 16일 해경과 국가안보실은 유족에 연락해 정보공개소송에 대한 항소를 취하한다는 말과 함께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같은 날 언론 브리핑에서 2년 전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 해역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공무원 대준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피격된 공무원의 월북 여부를 수사했으나 북한 해역까지 이동한 경위와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하며 고개를 숙였다.
유족 “文대통령 직접 사과해달라”
“文정부 인사들 진실 은폐 큰 책임”
“왜 한 가정을 이렇게 힘들게 했나”
대준씨의 형인 이래진씨는 “조카를 비롯한 가족들이 여러모로 정신적인 고통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야 진실이 일부 밝혀져 어제 많이 울었다”면서 “왜 한 가정 전체를 이리 힘들게 했는지, 무슨 이득을 보려 무엇을 은폐하려 했는지 알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당시 국가안보실장, 국방부 장관 등 전 정부 인사들이 이번 사건과 진실 은폐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피격 당시 고2였던 A씨의 아들은 문 대통령에게 보낸 친필 편지에서 “왜 우리가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 대한민국의 공무원이었고 보호 받아 마땅한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다”면서 “나라의 잘못으로 오랜 시간 차디찬 바다 속에서 고통 받다가 사살 당해 불에 태워져 버렸다”고 비통해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동생(당시 8살)과 저와 엄마는 매일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면서 “한 가정의 가장을 하루 아침에 이렇게 몰락시킬 수 있는 자격이 누구에게 있느냐”고 지적했다.
아들은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마른 체격의 아빠가 38㎞를 조류를 거슬러 (헤엄쳐서) 갔다는 것이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면서 “평범한 가장이자 가정적인 아빠였다. 동생은 출장 간 줄 안다”고 원통해했다.
아들은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대통령님, 저와 엄마, 동생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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